▲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범준 소장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제공
- 양천센터는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센터의 역할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장애인 당사자 한 분 한 분에 맞는 개별적이고, 적절한 지원을 하는 것일 텐데, 솔직히 기관 하나에서 다양한 상황과 조건에 처해있는 개개인의 자립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감당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그래서 센터는 부족한 자원을 지역에서 마련하기 위해 유기적인 네트워크로 연계하고 계획을 세워나가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지역 시민사회를 비롯해 지역의 다양한 인적·물적 네트워크와 관계를 맺는 일은 장애인의 자립지원을 위해 센터가 하는 중요한 활동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 소장님이 양천구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도 센터 활동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아무래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 있죠. 양천센터도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기관이고, 그 기관에서 활동하는 장애인·비장애인 활동가들도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민자치회를 통해 더 많은 주민들과 더 지역에 가깝게 연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장애인 자립지원 운동만 20년 가까이 해오면서 자립 지원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자립에 성공한 장애인 분들이 지역에서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역 역시 장애인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양천센터가 다양한 기관이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연결되는 것도 중요하고, 또 지역이 전반적으로 장애인이 함께 살 수 있는 곳이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동네는 사실 모두가 살기 좋은 동네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좀 더 동네로, 골목으로 깊숙이 참여해서 효과적으로 바꿔보자고 생각했어요."
- 주민자치회 위원에 지원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양천센터가 참여하고 있는 양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사단법인 양천마을에서도 양천구 주민자치회 사업이 시작되니 많이 참여하자는 이야기가 계속 있었고, 양천구청과 주민센터에 붙어 있는 홍보물을 보기도 했습니다.
아주 직접적인 계기는 양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자치단장님이 어느 날 양천센터를 직접 찾아와서 젊은 사람들이 주민자치회에 많이 참여해서 이전의 주민자치위원회와는 달라진 제도를 통해 지역을 함께 바꿔나가 보자고 이야기하셨기 때문이에요. 제가 그렇게 젊은 편은 아니지만(웃음), 그 길로 지원을 하고 결국 2020년 11월 말에 신정2동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최종 위촉되었습니다."
- 그럼 주민자치회 활동한 지 아직 채 1년이 안 된 거군요. 주민자치회 활동해보니까 어떤가요?
"사실 처음부터 난관이 있긴 했어요. 11월에 위원으로 위촉이 되고 12월에 첫 모임이 있었는데 모임 직전에 담당 주무관님께 전화를 받았습니다. 모임을 신정2동 주민센터에서 진행할 예정인데 그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요. 지원서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제 사진을 보고 전화를 하셨다는데, 그걸 오히려 저한테 묻는 상황이 난감했죠.
우선 그동안 주민자치회에 장애인 위원이 없었는지 물어봤어요. 이렇게 접근조차 못하는데 참여하고 싶다가도 체념하게 될 것 같다, 앞으로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접근성은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당장은 모임 장소를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바꾸든지, 장소를 바꾸지 않으려면 휠체어를 탄 채로 들어서 옮겨달라고 했습니다. 전동휠체어가 무게가 많이 나가요. 사람까지 하면 총 무게가 200kg 가까이 됩니다.
설왕설래 끝에 결국 주민센터 근처 엘리베이터가 있는 교회 건물로 장소를 옮겨 첫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주민센터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들이 많아요. 장애접근성이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으니 장애인 당사자들이 참여를 못하게 되고, 그러니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변화는 더디고 악순환이었던 것 같아요. 장애인 당사자들이 주민자치회에 많이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는 만큼 변화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의견 충돌은 내 활동을 돌아보게 한 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