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 중턱에 자리잡은 현등사의 전경운악산 중턱에 자리잡은 현등사는 주변 산세는 물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평을 대표하는 고찰로 유명하다.
운민
가평은 경기도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1000미터급의 고봉들이 연달아 이어져 있다.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화악산(1468m)은 물론 두 번째로 높은 명지산(1267m)도 가평에 있다. 명지산은 산세가 크고 웅장하며 계곡이 깊어 가히 장관을 이룬다. 특히 가을에 찾으면 산 전체에 피어있는 단풍과 기암괴석의 조화가 특히 훌륭하며 명지폭포와 용소 등 절경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그 옆에 자리한 연인산(1068m)만큼 연인들의 사랑을 재확인할만한 명산은 없을 것이다. 연인산의 초입엔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아홉굽이의 그림 같은 경치를 수놓았다는 데서 유래한 용추구곡이 있다. 그밖에도 산 정상부에 양수식 발전소의 상부저수지가 건설되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호명산(535m), 자연휴양림은 물론 기암괴석의 계곡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유명산(862m)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산이다.
가평 답사의 참맛은 이런 명산들을 차례차례 등반해야만 느낄 수 있다. 허나 이러한 산들에서는 현재 남아있는 인문학, 역사적인 자취가 다소 희미하다. 경기도의 수많은 다른 고장에 비해 아름다운 자연경관만큼이나 역사적인 유적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쉽기 그지없다.
'천년고찰' 현등사가 있는 운악산
하지만 운악산 현등사가 가평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빈약한 가평의 역사와 문화를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신라 법흥왕 27년(527)에 불교를 공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도에서 불법을 전하러 온 마라가미 스님을 위해 왕이 직접 지어준 사찰로, 신라 말 도선국사가 다시 중창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는 천년고찰이라 할 수 있다.
그 현등사에 가기 위해서는 이 절이 위치한 운악산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운악산은 포천과 경계를 맞닿고 있으며 화악산, 명지산 보다 높이는 낮지만(936m) 바위와 암릉지대가 많아 경기 5악의 하나로 손꼽힌다. 운악산에서 시작하는 조종천은 굽이굽이 계곡을 만들면서 청평으로 내려와 북한강으로 합류한다.
일교차가 크고 서늘한 가평의 기후로 인해 포도, 사과 농사가 발달했는데 특히 운악산이 위치한 조종면 일대에 집중적으로 농장이 분포되어 있다. 운악산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일명 비가림 포도라고 불리는 포도를 파는 매대는 물론 나지막한 높이의 사과나무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하지만 벌써부터 뼈를 깎은 듯한 운악산의 기골찬 산세가 우리를 서둘러 오라고 유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