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원 변호사.
권우성
- 사건 후 2년 6개월 동안 유족은 어떤 삶을 살아왔나.
"일상이 무너진 고통 그 자체였다. 생활의 터전이었던 아파트에서 너무도 참혹하게 가족과 이웃을 잃었다. 동네를 지키는 경찰에 대한 신뢰도 무너진 상태였다. 결국 이사를 했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가족끼리 그날에 대한 대화도 나누지 않으며 회피하는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기억은 계속 그날을 가리켰다. 무엇보다 직장생활이 너무도 어려워졌다. 직장이란 조직에서 일상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데 분노와 무기력이 너무도 빈번하게 찾아와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따르다보니 모든 게 무너지고 말았다.
- 유족 입장에선 어려운 선택일 텐데, 국가배상청구소송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첫째론 우선 억울한 마음이 컸다. 억울한 마음이 계속 드니까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까' 생각하게 됐고, 이는 '여러 차례 신고했을 때 경찰이 한 번만이라도 조치를 취했다면'이란 생각으로 이어져 소송을 결심하게 됐다. 두 번째론 '어떻게 이렇게 안 변하지?', '나 같은 피해자가 계속 생기네?'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정신질환자에 의한 중대범죄 사건이 계속해서 언론을 통해 보도됐는데 이를 보며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법률대리인 입장에서 국가배상청구소송의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는데, 유족께선 이 두 가지 이유를 계속 말씀하셨다."
- 이번 소송의 주된 법리는 무엇인가.
"2018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경찰에 정식으로 접수된 신고만 8번이었다. '안인득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쫓아온다', '폭력 행위 때문에 무서워서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 '눈이 풀린 것 같다' 등의 내용이었다. 심지어 쇠망치를 들고 있던 적도 있었다. 이렇듯 주민들은 너무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 경찰은 너무도 편안했다. 출동을 해서도 '오해한 것 아니냐'고 말하고 안인득의 자해·타해 우려가 있음에도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다.
경찰은 '우린 전문가가 아니다'란 주장을 편다. 맞다. 경찰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법도 1차적 판단만 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험성을 1차로 판단해 정신과 전문의나 앞에 데려가는 게 비전문가인 경찰의 역할이다. 근데 이걸 안 한 거다. 경찰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침해'를 우려하는데 경찰의 자체 매뉴얼(<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행정입원 판단 매뉴얼> 및 <고위험정신질환자 112신고가 들어왔어요>)을 보면 명백히 판단 근거가 나와 있다.
해당 매뉴얼엔 '흉기 소지 여부나 가족 등의 진술을 토대로 이전 112 신고 이력이나 범죄 전력, 현재 난동상황 및 약물치료 중단 여부 등을 검토'하라고 돼 있다. 안인득은 쇠망치를 들고 있었던 적도 있었고(흉기 소지 여부), 안인득의 형은 계속해서 그를 입원시키려는 의지가 있었으며(가족 등의 진술), 이웃의 신고도 8번이나 이뤄졌다(112 신고 이력). 또 안인득은 과거 치료감호소에 있었고(범죄 전력), 2016년 정신병원에서 퇴원하며 치료를 받지 않았으며(약물치료 중단), 이웃의 신고 내용 중엔 벌레나 커피 등을 이용한 문제가 있었다(난동상황)."
- 국가의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취지인가.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 매뉴얼은 상당히 잘 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매뉴얼대로 하지 않은 '부작위'가 문제였다. 이 부작위가 위법했고 결국 이 사건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대법원은 국가배상의 요건에 대해 추상적으론 넓게 인정하고 있다. 부작위가 인정되려면 '작위'의 의무가 있어야 하는데 꼭 '~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어도 객관적인 정당성을 잃으면 부작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인과관계는 오원춘 사건(2012년)의 경우 인정됐다. 하지만 피해자의 신변보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살해된 데이트폭력 사건에선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이 개별 판결에는 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데 이 사례를 통해 그것이 깨졌으면 한다. 설시는 멋들어지게 해놓고 개별 사건에서 잘 인정되지 않으면, 피해자들 입장에선 '국가의 책임'이란 게 어떤 것인지 너무 혼란스럽지 않겠나."
- 변호사로서 이 사건을 맡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서진환 사건(2012년)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도 패소한 바 있다. 저는 판사로 재직할 때부터 국가배상청구소송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에 문제의식이 있었다. 우린 이 사건의 출동 경찰을 개인적으로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그들의 공적책임을 통해 시스템의 문제, 국가의 책임을 들여다보자는 거다. 많은 노력과 예산을 들여 매뉴얼을 만들면 뭐하나. 현장에 전달이 안 되는데. 교육과 훈련의 책임도 국가에 있는 것이다. 사법부의 존재 이유는 행정작용이 잘 돌아가도록 만드는 데 있다."
"생명·안전 위한 국가의 책임, 사법부가 선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