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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내려도 주유소 가격은 그대로? "3년 전엔 통했다"

[분석] 과거 유류세 인하 효과 따져보니... 2018년엔 휘발유·경유 값 하락 영향

등록 2021.10.28 16:57수정 2021.10.2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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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2일부터 휘발유 등에 부과되는 유류세가 20% 인하된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0% 할당관세가 적용되고 다양한 농축수산물에 대한 할인행사도 진행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6일 국회에서 '물가 대책 관련 당정협의'를 열고 이런 내용 등을 담은 물가 안정 대책을 확정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주유소.
11월 12일부터 휘발유 등에 부과되는 유류세가 20% 인하된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0% 할당관세가 적용되고 다양한 농축수산물에 대한 할인행사도 진행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6일 국회에서 '물가 대책 관련 당정협의'를 열고 이런 내용 등을 담은 물가 안정 대책을 확정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0월 26일 '물가 대책 관련 당정 협의'에서 오는 11월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수송용 에너지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 LPG(부탄)에 붙는 유류세가 각각 리터당 164원, 116원, 40원씩 줄어든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이날 유류세를 낮춰도 국제 유가 상승 때문에 국내 유가 하락 효과가 크지 않고 탄소중립정책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누리꾼도 정유회사나 주유소에서 그만큼 기름 값을 올리기 때문에 체감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관련보도 : <파이낸셜뉴스> 10월 26일 대선 앞두고 '선심성 감세'… 유가 계속 오르면 효과 반감)

실제 과거 유류세 인하가 주유소 판매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따져봤다.

2008년엔 국제유가 올라 '상쇄'... 2018년 유가 인하 효과 발생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물가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물가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현재 휘발유 가격에서 유류세 비중은 약 47%에 달해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유류세 탄력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한 건 모두 세 차례다.

김대중 정부 때인 지난 2000년 3월 2개월간 휘발유와 경유 유류세를 각각 5%와 12% 인하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8년 3월에도 10개월간 휘발유, 경우, LPG에 붙는 유류세를 각각 10% 인하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지난 2018년 11월 6일부터 2019년 5월 6일까지 6개월간 휘발유, 경우, LPG 유류세를 15% 인하했고, 이후 2019년 8월 31일까지 4개월 연장하면서 인하폭을 7%로 줄였다.

이번 유류세 20% 인하는 역대 최대폭이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유류세 인하분이 100% 반영될 경우 휘발유와 경유, LPG부탄 소매가격(2021년 10월 셋째주 전국 평균 가격 1732원, 1530원, 981원 기준)에서 각각 9.5%, 7.6%, 4.1%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대신 세수는 2조 5천 억 원 정도가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주유소 판매가격은 정유사 세전 가격에 유류세와 유통마진, 부가가치세를 더해서 결정된다. 정유사 세전가격은 국제유가와 환율에 따라 변하고, 주유소 유통마진 영향도 받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분이 주유소 판매가격에 100% 반영되기는 어렵다.

[2008년 3월 10% 인하] 국제유가 상승으로 '상쇄'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 2012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유가급등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서 2008년 10% 인하 사례를 들어 유류세 인하가 국내 유가 하락에 미치는 효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2012년 1월 월 평균 휘발유 가격인 리터당 1995원이던 당시 유류세를 각각 10%, 15%, 20% 인하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지만 "유류세를 최대로 인하하는 시나리오를 적용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느끼는 휘발유 가격 부담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2008년 유류세 인하 전후 휘발유 가격 추이.(출처 : 한국지방세연구원) 2008년 3월 휘발유 유류세를 10% 인하해 75원 인하 효과가 발생했지만, 두바이 유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당시 1666원(2008년 3월 10일 평균)이던 휘발유 가격은 2008년 7월 1922원까지 계속 올랐고, 이후 두바이 유가가 하락하면 2008년 11월 1500원 이하로 떨어졌다.
2008년 유류세 인하 전후 휘발유 가격 추이.(출처 : 한국지방세연구원) 2008년 3월 휘발유 유류세를 10% 인하해 75원 인하 효과가 발생했지만, 두바이 유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당시 1666원(2008년 3월 10일 평균)이던 휘발유 가격은 2008년 7월 1922원까지 계속 올랐고, 이후 두바이 유가가 하락하면 2008년 11월 1500원 이하로 떨어졌다.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원은 "2008년 정부의 유류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면서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정유사의 세전 가격 급등과 함께 부가가치세 상승 효과가 유류세 인하 효과를 상회하여, 오히려 휘발유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08년 3월 유류세를 10% 인하해 휘발유의 경우 리터당 75원 인하 효과가 발생했지만, 두바이 유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당시 1666원(2008년 3월 10일 평균)이던 휘발유 가격은 2008년 7월 1922원까지 계속 올랐다. 

[2018년 10월 15% 인하] 휘발유 값 6% 인하... "세금 인하분 87% 반영" 

반면 2018년 10월에는 유류세 인하폭이 15%로 더 컸던 데다 국제 유가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8년 10월 유류세를 15% 인하하면서 휘발유와 경유, LPG부탄 유류세(부가세 포함)가 각각 123원, 87원, 30원 줄어, 당시 주유소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각각 7.3%. 5.8%, 3.2%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2018년 1월~2019년 12월까지 서울시 휘발유 및 경유 일일 평균 가격(위)과 국제유가 추이(아래).(자료 : ‘유류세 한시적 인하의 주유소 판매가격 효과’ <에너지경제연구> 2021년 9월).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1월 6일(첫번째 빨간색 라인)부터 2019년 5월 6일(두번째 빨간색 라인)까지 6개월간 휘발유, 경우, LPG 유류세를 15% 인하했고, 이후 2019년 8월 31일(세번째 빨간색 라인)까지 4개월 연장하면서 인하폭을 7%로 조정했다.
2018년 1월~2019년 12월까지 서울시 휘발유 및 경유 일일 평균 가격(위)과 국제유가 추이(아래).(자료 : ‘유류세 한시적 인하의 주유소 판매가격 효과’ <에너지경제연구> 2021년 9월).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1월 6일(첫번째 빨간색 라인)부터 2019년 5월 6일(두번째 빨간색 라인)까지 6개월간 휘발유, 경우, LPG 유류세를 15% 인하했고, 이후 2019년 8월 31일(세번째 빨간색 라인)까지 4개월 연장하면서 인하폭을 7%로 조정했다. 에너지경제연구
  
실제 장희선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2018년 초부터 2019년 말까지 서울시 541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유류세 인하 효과를 분석했더니, 유류세 15% 인하 기간국제유가 변동을 감안해도 보통휘발유는 평균 6%(97.14원) 인하 효과가 발생했다. 유류세 인하분(111.39원, 부가세 제외)의 약 87%가 판매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특히 일반주유소보다 기름 값이 저렴한 셀프주유소와 알뜰주유소 보통휘발유 가격에는 유류세 인하가 각각 96%와 94%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도 58.36원 인하 효과가 발생해 판매 가격에서 유류세 인하분(78.96원) 반영 비중이 73%였다('유류세 한시적 인하의 주유소 판매가격 효과' <에너지경제연구> 2021년 9월).

국회 예산정책처도 2008년의 경우 유류세 인하 후 3개월간 세 부담 감소분이 휘발유 소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2.6%였지만, 2018년에는 평균 10% 수준으로 증가했다면서, "유류세 인하가 소매가격을 일정수준 하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국회 예산정책처, '에너지세제 현황과 쟁점별 효과 분석', 2019년 11월 29일).
  
 소매가격 대비 유류세 한시적 인하로 인한 세부담 감소분 비중 : 2008년, 2018년.(출처 : 국회 예산정책처) 2008년에는 휘발유와 경유, LPG부탄 유류세 부담이 각각 46원, 37원, 29원 감소했고, 세 부담 감소분이 소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 2.2%, 1.9%였다. 하지만, 2018년에는 세부담 감소분이 각각 123원, 87원, 52원으로 늘어나, 소매가격에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10%와 7.7%, 4.4%로 크게 증가했다.
소매가격 대비 유류세 한시적 인하로 인한 세부담 감소분 비중 : 2008년, 2018년.(출처 : 국회 예산정책처) 2008년에는 휘발유와 경유, LPG부탄 유류세 부담이 각각 46원, 37원, 29원 감소했고, 세 부담 감소분이 소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 2.2%, 1.9%였다. 하지만, 2018년에는 세부담 감소분이 각각 123원, 87원, 52원으로 늘어나, 소매가격에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10%와 7.7%, 4.4%로 크게 증가했다.국회 예산정책처
 
유류세 인하 이후 에너지 소비량도 2008년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2018년에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08년 유류세 인하 이전 9개월간 전년 대비 휘발유 소비량이 평균 3.2% 증가했지만, 인하 이후 9개월간 평균 1.1%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다. 반면, 2018년에는 유류세 인하 이전 9개월간 소비량이 전년 대비 1.6% 감소했던 반면, 유류세 인하 이후 9개월간 4.7% 증가했다.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전후 유류 소비량 증가율:  2008년, 2018년(출처 : 국회 예산정책처) 2008년 유류세 인하 이전 9개월간 전년대비 휘발유 소비량잉 평균 3.2% 증가한 반면, 인하 이후 9개월간 평균 1.1% 증가에 그쳤다. 반면, 2018년에는 인하 이전 9개월간 전년대비 1.6% 감소한 반면, 이후 9개월간 4.7% 증가했다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전후 유류 소비량 증가율: 2008년, 2018년(출처 : 국회 예산정책처) 2008년 유류세 인하 이전 9개월간 전년대비 휘발유 소비량잉 평균 3.2% 증가한 반면, 인하 이후 9개월간 평균 1.1% 증가에 그쳤다. 반면, 2018년에는 인하 이전 9개월간 전년대비 1.6% 감소한 반면, 이후 9개월간 4.7% 증가했다국회예산정책처
 
장희선 교수는 27일 오마이뉴스 서면 인터뷰에서 "2008년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급등하던 상황에서 유류세를 10% 인하했지만, 2018년에는 국제유가 80달러 수준에서 15%를 인하했다"면서 "2018년에는 2008년에 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물가 안정 대책을 추진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류세 인하 정책은 정부로서는 1조 원 이상의 세수를 포기하면서 물가 안정을 추진하는 것인데, 그만큼 소비자가 체감하는 정책 효과가 있느냐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유류를 전량 수입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내 유류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유류세 인하 이외 다른 대안이 특별히 없다"고 밝혔다.

지방세연구원 연구보고서를 작성했던 임상수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유류세 인하를 하더라도 세금 인하분 만큼 판매가격이 안 떨어질 수 있다"면서 "정책 목표가 서민의 유류 가격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면, 유류세 인하보다는 서민 대상 보조금이나 유류세 환급 정책 등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이 더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정책 역행" vs. "단기적인 보조 필요"

이처럼 유류세 탄력세율을 한시적 인하하면 단기적으로는 국내 유가를 안정시켜 소비자 부담이 줄어들지만, 서민층보다 휘발유 소비량이 많은 부유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소득의 역진성' 문제도 갖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휘발유나 경유 등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는 현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에도 역행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26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유류세 인하를 통한 가격 조정 자체가 화석에너지 소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앞으로 경유차를 퇴출하거나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하려고 유류세나 부담금을 올리는 정책을 시행할 때 저항감을 더 키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희선 교수는 "유류세 인하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소비 지출에서 유류 소비 비중이 높은 사람들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나 화물차 운전, 혹은 직업적으로 운전 비중이 높은 사람들일 것"이라면서 "탄소중립은 분명 우리가 장기적으로 가야할 방향이지만, 단기적으로 이처럼 필요에 의한 유류 소비를 대체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고유가 상황에서 이런 사람들을 보조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유류세인하 #휘발유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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