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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변해야 모두가 변화된 교육환경을 접할 수 있잖아요"

[다양성을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 김하늬 유쓰망고 대표 인터뷰

등록 2021.11.01 16:13수정 2021.11.0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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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띠와 호모인테르가 함께한 커뮤니티 실험실 '다양성을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다양성 여행)'에선 다양성 여행을 통해 다양한 세상을 마주하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기자말]
[이전 기사] "'선생님 페미예요?' 조롱하는 아이들에겐 이 방법 써요" http://omn.kr/1vijb 

여행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는 시점부터가 아닐까? 그 설렘이 여행의 시작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성'을 향한 여행의 시작은 어떨까? 다름에 대한 존중 어린 호기심이 생기는 시점?

그러고 보면 '다양성 여행'이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존중 어린 호기심이라는 것은 함께하는 경험에서 나와 다른 너를 발견하지만 그 개별성을 인정하거나 수용받아 본 자만이 취할 수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입시를 단 하나의 결승점으로 두고 달리는 한국의 교육환경에서 이런 경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 정답은 오직 하나, 차이와 다름은 틀리고 나쁘고 불편한 것이라는 명제가 머리와 마음을 채우게 된다. 차별과 혐오문화가 이 사회에 만연한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유쓰망고 김하늬 대표님
유쓰망고 김하늬 대표님김하늬

그런데 여기, 획일적인 공교육의 구조적 한계 안에서 교육과정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다. 학교와 세상을 연결하여 진짜 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유쓰망고의 김하늬 대표, <리얼월드러닝>의 저자이기도 한 그를 다양성 여행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 만나본다. 

"변화를 만들어 가는 체인지메이커"

- 유쓰망고 소개 부탁 드립니다.
"유쓰망고는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배움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학교 환경을 바꾸는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청소년들이여, 망설이지 말고 Go!' 라는 뜻을 담고 있고요. 주로 컨설팅이나 교사연수를 통해 학교와 실제 세상을 연결하여 청소년들이 진짜 배움을 경험하도록 교사들과 협업하고 그 실험적 사례들을 다른 교사 분들과 나누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공교육, 학교를 변화의 대상으로 삼으신 계기가 있을까요?
"무엇보다 학교가 변해야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변화된 교육 환경을 접할 수 있잖아요. 그렇기에 힘들고 어려워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저도 좀 회의적이었지만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도 변화를 만들려고 고군분투하시는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면서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 변화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대표님은 사회혁신가, 체인지메이커로 느껴집니다. 유쓰망고 이전에는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시민사회역할에 늘 관심이 있었어요. 특히 문화인류학 공부를 하면서 국제 개발 프로젝트들을 곁에서 볼 수 있었는데 결국 지역과 삶에 처한 문제를 현지인들이 스스로 발견하게 하고 잘 해결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어디서 그런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찾다가 사회의 롤 모델이 되는 사회혁신가들을 지원하는 아쇼카 한국 오피스의 창립멤버로서 일하게 되면서 저 스스로도 체인지메이커의 길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관심사에서 배움이 시작되고 그 배움이 보장될 수 있도록"
 
경기도연수 교사연수
경기도연수교사연수 김하늬

- 교육 단체 대표님들은 주로 교사이거나 교육학을 전공하셨던 데 문화인류학을 공부하셨다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져요.
"아버지가 외신기자로 해외취재가실 때 저를 데리고 다니시곤 했지요. 그래서인지 여러 나라의 다양한 생활방식에 관심이 많았어요. 문화인류학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입니다. 공부 중에는 매 학기 진행된 현지조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지역만 정해지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선후배들로 팀을 꾸렸고 문헌조사를 하고 실제로 그 지역에 들어가 인터뷰하고 관찰하고 조사하고 보고서 쓰는 과정을 거치곤 했어요. 이런 방식의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고 과정에서 배움과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주변의 이슈에 공감하고 행동해보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저만의 답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대표님의 저서이신 <리얼월드러닝>을 말 그대로 경험하셨네요. 이와 닮아있는 유쓰망고의 다른 프로그램도 궁금해집니다. 자기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보는 '망고포럼' 이나 '고등인턴' 활동 중에서 기억에 남으시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번은 이미 수시에 붙은 고3학년 친구들이 '고등인턴'에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수시에 합격했으니 생활기록부가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래서 회사 매칭 전,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탐색하는 고등인턴의 기본 과정은 이 친구들에게 너무 뻔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친구들은 그 시간이 가장 좋았다는 거예요. 생기부를 떠나서 진짜로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을 이렇게 탐색해 본 적은 없다고 했어요.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생기부는 잘 채워져 있었겠지만 그게 정말 솔직한 내 안의 맥락을 만드는 경험은 아니었던 거죠."

- 입시만을 목표로 둔 획일화된 공교육의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단순히 다양한 수업이 생기는 것으로 교육 과정이 다양화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관심사에서 시작하는 배움 그리고 그 배움이 보장될 수 있는 형태로 교육 환경을 바뀌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모든 학생들이 자기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그것을 주제를 삼아 프로젝트를 기획, 수행해가며 그 과정에서 필요한 교과지식들도 배워가는 방식이 되어야 해요."

"부모, 아이들 곁에서 늘 관심사를 물어야"
 
유쓰망고 고등인턴 유쓰망고 고등인턴 활동사진
유쓰망고 고등인턴유쓰망고 고등인턴 활동사진김하늬

- 솔직히 그런 방식의 공부가 좋은 것은 알겠지만 '일단 대학에 가서 하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말이 저는 너무 슬퍼요. 대학이 취직을 보장해 주는 시대가 지났음에도 습관처럼 사고하는 것 같아요. 기업들도 이제 정말 역량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데 그 역량이라는 것이 입시 공부만 하다가 대학 간다고 바로 길러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제는 정말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훨씬 중요해졌기 때문에 '나 어느 대학 나온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게 매력적이지 않아요. '그래서 그 경험을 통해 뭘 했는데' 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에 그것을 스스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면 사실 대학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입니다. 향후 5년 안에 훨씬 더 빠르게 바뀔 거예요."

- 그렇군요. 이런 변화의 시대에 청소년을 위해서 어른들, 특히 부모의 자리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정말로 융합의 시대입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생각하지 못한 분야와 협업해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이에요. 그래서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마음이 우리를 어디로든지 데리고 가 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부모님 또는 어른들은 아이들 곁에서 늘 관심사를 물어봐 주셔야 합니다."

- 청소년과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사업을 하고 계신데요 이 부분에 있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요?
"먼저, 교육에 미래 지향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단체들에게 지원되는 사회적 공적 자금이 너무 없어요. 청소년 사업을 하다 보면 공부 잘하는 상위 몇 퍼센트 말고는 다 취약계층이라고 생각 될 때도 있어요. 이런 친구들을 깨워서 움직이게끔 하는 교육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런 일을 하는 단체들이 지원을 받을 곳이 사실상 전무합니다.

다른 하나는 공교육 시스템이 외부에서 학교변화를 위해 고민하는 단체들의 역할을 인정해 주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함께 혁신을 가져오는 촉매제로서 존중하며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게끔 외부 컨설턴트로서의 해당 포지션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학교 밖 어른과 세상과의 연결, 리얼 월드 러닝" 
 
 유쓰망고 망고포럼 활동
유쓰망고 망고포럼 활동 김하늬

- 꿈꾸시는 학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경계가 없는 학교의 모습? 학교가 학교 밖에 다양한 외부 자원들과 연결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것은 교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부모와 선생님을 제외한 어른들이 일정 부분 교육에 참여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언제든지 청소년들과 충분히 협업할 수 있는 그런 문화를 꿈꾸는 것이지요. 동등한 협업의 존재로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제가 꿈꾸는 학교의 모습이 만들어질 수 있겠죠?"
덧붙이는 글 빠띠와 호모인테르가 함께한 커뮤니티 실험실 '다양성을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다양성 여행)'에선 다양성 여행을 통해 다양한 세상을 마주하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유쓰망고 #다양성여행 #빠띠 #김하늬 #리얼월드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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