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행진중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 어떻게 소개되고 싶으세요?
"아무래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이종걸이겠죠. 제 활동의 근원지니까요."
-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오래 해오시면서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고민하실 때가 많으셨을 거 같아요. 그 말들도 변화해왔겠지요.
"그렇죠. 제가 처음부터 인권운동, 성소수자운동을 하려고 친구사이 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었거든요. 2003년 말에 친구사이에서 합창단을 만든다는 공고를 보고 들어왔어요. 인터넷으로 다른 나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게이 코러스를 많이 봤거든요.
나도 이런 노래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고, 대학에서도 합창 동아리 활동을 했었거든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노래, 내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요. 친구사이에 들어와 보니 회원들과 같이 문화콘텐츠를 만들거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무언가를 기획하고 활동하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2년 만에 대표가 됐어요.
회원으로 활동할 때는 저를 닉네임으로 소개했죠.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 닉네임을 쓰는 문화가 있는데, 실명을 드러내기 어려워서도 그랬겠지만 나를 좀 더 잘 드러내는 이름을 쓰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기도 했어요. 제가 <그렘린>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기즈모'를 닮아서 처음에는 '기즈모'라고 썼어요. 그러다 '기즈베'(계집애)로 바꿨어요. 제게 있는 여성성을 드러내 본 이름이었죠.
그런데 친구사이 대표로 외부 활동을 할 때는 그 이름을 쓰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계집아이라는 게 어린 여자를 낮춰 부르는 말이기도 한 거잖아요.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이 말이 쓰이는 맥락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명함에는 제 이름을 끝 자를 바꾼 '이종헌'이라는 이름을 함께 새겼죠.
2009년에 대표를 그만두고 상근간사를 맡으면서 친구사이 활동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이제는 '이종걸'이라는 실명으로 나를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에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 침해 사건들이 많이 드러났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2007년 말쯤 당시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이 '성적지향'을 포함한 7개 차별금지 사유가 삭제된 채로 발의되는 일이 벌어진 거죠. 성소수자 혐오를 직면하면서, 성소수자도 이 사회 시민의 한 사람으로 활동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졌어요."
- 자기를 드러내고 세상과 싸우는 과정이 자긍심을 주지만 쉽지 않잖아요. 활동한다는 건 혐오와 계속 직면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맞아요. 그럴 때는 싸워야 하잖아요. 어떤 걸 정확하게 요구해야 되거나, 상대방에게 당신이 뭐가 문제인지 인식시켜줘야 해요. 참 어려워요. 저는 즐겁고 신나는 게 좋아요. 화내기보다는 이해하려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인권교육이나 간담회를 나가면 오신 분들과 제가 먼저 벽을 허물려고 해요. 당사자를 만났을 때 궁금한 거 있으면 두려워 말고 이야기하시라고 하면, 경계가 조금 풀어지시면서 정말 궁금하셨던 걸 물어보세요. 혐오의 시선이 있는 분이라도 솔직하게 말을 나눠보면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죠.
활동하면서 정말 어려울 때는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권한이나 지위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예요. 구청장, 시장, 국회의원 이런 사람들이요. 그런 사람들이 답답한 소리를 할 때는 너무 짜증 나죠. 그런 사람들은 우리를 그런 공식 석상에서 만나주지 않아요. 꼭 비공개로 만나려고 해요. 눈치를 보는 거죠. 너무 화가 나지만, 그렇게라도 만나주면 고맙겠다는 생각을 했던 때도 있어요."
"도대체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왜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