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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에게 외면당한 김천의 '자유학구제'

버스지원 등 통학문제 해결해야... 작은학교 살리기·과밀해소 위한 정책 지원 필요

등록 2021.11.12 15:17수정 2021.11.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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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교용 택시를 기다리는 초등학생 부모와 학생
등교용 택시를 기다리는 초등학생 부모와 학생이승우
 
농어촌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 주변을 찾아보면 전교 학생 수가 작게는 십여 명 전후부터, 많아 봐야 백 명이 채 되지 않는 정도의 학생을 보유한 학교가 있다. 젊은층이 도심지로 빠르게 빠져나감에 따라, 지방 소도시의 학교들이 매년 줄어들고, 학생이 없는 학교는 도심지와 조금 더 가까운 학교와 통폐합되거나 폐교로 내몰리고 있다.

그에 반해, 도심지의 학교는 인구감소현상이 지속되는 현시점에서 학교 수를 무턱대고 늘리지 못하는 현실에 이미 정해진 학급 수에 학생 수만 늘리게 되어, 결국 학급 과밀화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자연스럽게 생겨버렸다.

그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 지역 교육지청은 초등학교 '작은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소인원의 학생들이어서 가능한 장점들을 살려, 교사별로 담당하는 학생 수가 적기에 가능한 학생별 맞춤형 지도, 다채로운 수업방식, 특색있는 방과 후 프로그램과 돌봄 운영으로 입학을 앞둔 학모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을 했다.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도심지로 이사하는 현상을 방지하고, 오히려 도심지에서도 작은 학교로 보낼 수 있도록 '자유학구제'( 작은 학교 학구를 큰 학교 학구까지 확대·지정하되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만 전입이 가능한 만든 학구제) 라는 제도를 만들어 지역에 상관없이 원하는 작은학교에 입·전학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잠시 TV나 인터넷 기사에도 자주 등장하여 성공사례를 보도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폐교의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지 않고, 도심지 큰학교의 학급과밀화도 여전하다.

작은 학교가 활성화 안 되는 이유

여러 가지 지원과 제도에도 불구하고 작은 학교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은학교 학부모회에서 해당학교 인근의 관공서가 밀집한 혁신도시의 초등학생 예비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현재의 자유학구제의 문제점을 직관적으로 알려준다.

바로 통학 방법의 문제이다. 작은학교는 통학버스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학부모 중 한 명이 등하교를 시켜줘야 하고, 택시 지원이 되는 곳도 있지만, 매일 불규칙한 택시에 태워 보내야 하는 엄마는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자유학구제에 대해 많은 예비 학부모들이 관심이 있고, 맞춤형 학습과 방과후 다채로운 돌봄학습에 매력을 느껴 아이들을 맡겨보자는 생각에 학교를 방문해 보지만, 학교 측에 따르면 방문학부모의 5%도 입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작은학교 측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이다. 자유학구제 학생들이 입학했지만, 그에 따른 통학지원이 없어, 지역학구내 유치원생 및 몸이 불편한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교통비를 자유학구제 학생들의 통학용 택시비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지역학구 내 학생들도 본의 아닌 피해를 보게 되어 인도 없는 등하굣길을 유치원생이나 몸이 불편한 학생들이 걸어서 통학하게 되는 일도 발생한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이 계속되는 데도 관련 지청 담당자들은 자유학구제 학부모의 통학지원 요청에 대해 스스로 원해서 입학시킨 학교니까 알아서 통학시키라는 입장이고, 작은학교는 어차피 없어질 학교인데 통학버스 지원은 무리라는 답변이다. 앞에서는 자유학구제를 통한 작은학교 살리기, 과밀학급 해소를 외치면서, 뒤로는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를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김천시의 예로, 혁신도시가 생겨나면서 12개의 정부 주요 기관이 이전했고, 그에 따라 61개의 입주기업이 생겨났다. 젊은층이 대거 유입되어 초등학생 수요가 급증해 단숨에 과밀학급으로 부상되었지만, 인근의 작은학교가 있음에도 통학의 문제로 입학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김천 혁신도시 인근에  한 초등학교에 따르면 매년 말부터 입학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방문해서 면담하는 학부모도 많지만, 통학에 대한 문제로 학부모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한다.

작은학교 살리기와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만들어진 '자유학구제'는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활성화할 의지는 없고, 허울뿐인 보여주기 정책으로 점점 더 빛을 바래가고 있다.
#자유학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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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이승우 나이 : 1972년 (2021년현재 50세) 직업 : 직장인 오마이뉴스에 늘 관심있고 잘 보고있습니다. 글쓰는걸 좋아하고, 사회에도 관심이 많아 기자회원으로 등록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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