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나라 '릴리안' 등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2017년 8월 24일 오전 여성환경연대 주최로 서울 중구 환경연대 레이첼 카슨홀에서 열렸다. 이날 회견에는 생리대 사용후 부작용을 겪은 제보자들도 함께 참석해 사례를 발표했다.
권우성
3009명. 2017년 8월 여성환경연대가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의심 사례를 제보받는다고 알린 지 48시간 만에 모인 여성들이다. 극심한 복통, 생리불순, 부정출혈, 가려움증, 발진 등 갖가지 피해 호소 내용이 한 시간 60개꼴로 접수됐다. 릴리안은 생활용품기업 '깨끗한 나라'가 생산했던 일회용 생리대 브랜드다.
5287명. 2017년 9월 깨끗한 나라를 상대로 생리대 릴리안 사용 후 신체적 고통이나 이상 반응 피해를 입었다며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낸 여성 소비자의 수다.
2017년 9월 7222명이 모였다. "내 몸이 증거니 나를 조사하라"며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분 전수 조사 및 역학 조사를 촉구한 시민들이다. 관련 청원은 국제 청원 사이트인 아바즈에 올랐다. 그 해 11월 환경부가 생리대로 인한 건강영향평가에 착수하게 된 배경이다.
10일 깨끗한나라가 일회용 생리대 릴리안의 부작용 의혹을 고발한 여성환경연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2018년 1월 처음 재판이 시작된 지 약 4년 만의 결론이다. 법원은 이들의 생리대 유해성 공론화 활동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
관련기사 : '깨끗한나라' 생리대 논란 손해배상 패소... "공익적 문제제기" http://omn.kr/1vyl6)
12일 <오마이뉴스>는 손해배상 소송 당사자였던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이안 대표 인터뷰와 단체 입장문 등을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한 내용.
"여성 건강권 역사 새로 쓴 사건"
- 4년의 재판 끝에 승소했다. 소회가 궁금하다.
"재판부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를 요구한 여성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생리대 유해성은 대부분의 여성이 생애 40년 동안 겪는 문제인데도 공적인 문제로 취급된 적이 없었다. 2017년 사건은 이를 공론장으로 끌어냈고, 식약처의 전수조사나 생리대 전성분표시제, 환경부의 건강영향조사 등도 이끌어냈다. 여성들이 자신의 건강권을 스스로 말하고, 그 역사를 새롭게 쓴 사건이다. 그 중요한 성과에 대해 정당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 여성 건강권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여성환경연대가 십수 년 간 면생리대 쓰기 운동 등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을 알리는 활동을 했지만 생리와 관련한 건강권이 사회 주요 의제로 부상한 적은 없었다. 생리통, 생리불순 등의 문제는 여성들이 정말 흔히 주고 받던 고충이지만 정부기관, 학계 등도 간과했다. '개인 특성'이라거나 '입증 증거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증거가 없다'는 말을 건강권 운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다. 여성환경연대는 활동 과정에서 '일회용을 쓰다가 면을 쓰니 생리통, 생리불순 등 문제가 줄어들었다'는 증언을 공통으로 들었다. 그러나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위험성을 전수조사해봐야 한다고 정부 기관에 건의해도 '증거가 없다' 외에 긍정적인 답을 들은 적은 없었다. 관련 연구결과도 드물어서 과학적 증거를 내면서 반박하기도 어려웠다. 2017년 여성들이 자기 고통·고충 경험을 스스로 알리면서, 여성환경연대가 연구를 진행해 결과를 공개했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봇물 터지듯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