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무경운 토마토밭은 잔사와 낙엽등의 유기물로 겉흙을 덮었다.
오창균
흙을 모르고 농사를 지었다
농사를 처음 시작할 무렵 유기 농사를 하는 농부를 겨울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다른 밭과 다르게 그의 밭에는 수확은 끝났지만 고추 대가 앙상하게 찬바람을 맞고 있었다. 이유를 물었고, 고추 대를 뽑아서 보여준 줄기는 수분이 말라서 '뚝뚝' 부러졌지만 뿌리는 살아 있었다.
"고추는 다년생 나무지만 겨울을 견디지 못해서 더 이상 열매를 맺지 못하죠. 그러나 살아 있는 뿌리 주변(근권)으로 많은 미생물과 공생하면서 양분(유기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년에 농사가 시작될 때 고추 잔사는 흙으로 돌려줍니다."
아토피로 힘들어 하는 아들을 위해 귀농을 한 그는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 마을에서 하는 것처럼 잔사를 태우거나 버렸다. 화학농약에 대한 불신으로 유기농사를 시작했지만 몇 년 동안 병충해에 시달리고, 볼 품 없는 농산물을 팔지 못해서 힘들었다고 한다.
농사에 대한 고민과 공부를 하면서 흙을 모르고 농사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운 방법으로 고랑에 풀을 키워보고 잔사와 부엽토를 흙으로 돌려주면서 조금씩 변화를 보였고 안정되는데 10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