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대구시청 앞 천막농성장 모습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고용승계를 하든지 인수를 하지 말든지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고용보장 없는 매각에 반대하며 투쟁하고 있는 제주 칼호텔 노동자들이나 사측이 2500억 자산을 보유하고도 비정규직 외주화와 민주노조 탄압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정리해고를 거부하며 투쟁하고 있는 세종호텔 노동자들이 따뜻한 회사를 못 만나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인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게이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게이츠는 직원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들의 노력과 성공에 대하여 보상합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 결과는 147명 대량해고였다.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운영하던 한국게이츠는 대구 달성산업단지에 입주하면서 고용 창출·유지의 대가로 취득세와 재산세 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아왔다. 그리고 31년간 투자 대비 30~40배가 넘는 수익을 회수해갔다.
한국게이츠는 일방적인 폐업 공고를 하면서 '동종업계 최고의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사측의 일방적인 폐업으로 정리해고를 하면서 자발적인 퇴직 신청을 하라고 했다. 노동자들의 생계를 걱정해 희망퇴직 위로금을 주겠다는 게 아니었다. 이후 모든 법적인 책임과 재가동시 고용승계 의무의 싹을 잘라내기 위함이었다. 19명의 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먹튀자본'의 책임을 묻고 공장재가동과 고용을 요구하는 투쟁을 선택했다.
대성산업은 사회적 책임 이전에 한국게이츠 해고 문제의 당사자이다. 대성산업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대성산업이 한국게이츠 부지를 인수하게 되면서 500일 넘게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며 투쟁해온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들의 희망이 좌초될 위험에 처했다. 대성산업의 입주 승인을 앞두고 한국게이츠가 공장에 있던 장비들을 빼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성산업은 한국게이츠의 '먹튀'를 도와준 셈이다. 대성산업이 한국게이츠 노동자 해고 문제와 무관할 수 없는 이유다.
대성산업은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의 투쟁 상황을 다 알고, 심지어 공장 앞에서 이들이 천막농성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공장 부지를 둘러보고 인수를 결정했다. 본사 안에서 점거농성을 했던 채붕석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장은 대성산업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샀을 때는 노동자들의 고용문제까지 수용할 의사가 있는 거 아니겠냐고 했다.
"그걸(고용승계) 안고 헐값에 샀을 거라 판단하기 때문에 대성산업이 고용 승계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그럴 의사가 없다면 공장 부지를 안 사면 되거든요. 그럼 우리하고 대성산업하고 관계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저희들의 요구는 한국게이츠 부지를 사지 말든지, 살 경우에는 고용 승계를 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겁니다."
대성산업은 한 임원의 발언을 통해 한국게이츠 부지를 "헐값에 샀다"는 것을 인정했다. 달성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한국게이츠 부지가 입지가 좋은 편이라 폐업 이후 인수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있었을 거라고 했다. 워낙 극비리에 진행해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쉽게 팔리지 않은 데에는 노동자들 농성도 관련이 있지 않겠냐고 했다. 인수하는 입장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대성산업은 노동자들의 투쟁 덕분에 좋은 부지를 '헐값'에 살 수 있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대성산업에게 그 땅을 인수할 기회가 주어졌을지 알 수 없다. 이에 대한 답례로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들을 찾아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의라도 한 번 했다면 이번 같은 점거농성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