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태프들이 고발한 KBS 방영 예정 드라마. <국가대표 와이프>, <꽃피면 달 생각하고>, <신사와 아가씨>, <연모>, <태종 이방원>, <학교2021> 포스터
KBS
KBS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라도 해도 다를 게 없다. 지난 9월, 복수의 드라마 스태프들이 공영방송 KBS와 드라마 제작사 몬스터유니온 등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KBS에서 방영 예정이던 드라마 <국가대표 와이프>, <꽃피면 달 생각하고>, <신사와 아가씨>, <연모>, <태종 이방원>, <학교2021> 등이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지난 10월 KBS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관련 질의가 있었다. 진선미 시청자위원은 "드라마 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이 확인된 뒤에도 현장에서는 지속해서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다"라며 "스태프들의 요구는 KBS가 제작하고 방송하는 드라마 현장 모든 스태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지침을 내릴 것,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시간 준수와 실질임금 보장, 연장근무 측정, 주휴와 연차수당 보장, 계약 기간 특정, 임금 지급 시기 특정, 제작사 일방 계약 해지 금지 등 기본적인 노동인권 사항"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KBS 이건준 드라마센터장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드라마 편성시스템을 개선해 조기 라인업이 가능하게 했다"라면서 "조기에 대본을 마련하고, 촬영 일수를 늘리며, 촬영팀을 2팀 체제로 운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쪽대본, 밤샘 촬영 등의 관행을 근절시켰다"라고 답했다. 이어, "외주제작사와의 협력을 통해 모든 스태프가 문체부가 제시한 표준계약서를 체결하도록 지속해서 관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쪽대본'이 사라졌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둘 게 있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위법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주문에 'KBS 드라마 제작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라는 말은 그 자체로 동문서답이라는 점이다.
KBS에서 방영 예정인 드라마 제작 현장만을 콕 짚어 고발한 것을 두고도 말이 나온다. KBS 한 관계자는 '왜 KBS만 가지고 그러냐'라고 항변했다. 아주 빤한 답일지 모르겠으나, KBS는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타 방송사들보다 공적 책임이 더 크다. 그런데,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KBS 드라마 제작 현장이 가장 열악하다는 스태프들의 증언 때문이기도 하다.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위해서 드라마 제작비 상승은 일정부분 감수해야 한다. 타 방송사들은 이를 고려해 제작사 측에 추가 제작비 지원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KBS만이 제작비 상승분에 눈을 감았다는 게 그 증언의 핵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KBS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은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는 진술이었다. KBS 드라마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K드라마 성공 뒤에는 시청자들의 깐깐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