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이희훈
허 조사관은 여성 자영업자를 향한 폭력은 "테러에 가깝다"고 했다.
"테러의 목표는 공포의 확산이죠. 일회성 사건 그 자체만으로 테러라 명명하긴 어려워요. 그러나 집단적으로 너무나 많은 여성 자영업자들이 비슷한 유형의 폭력에 시달리고 두려워하며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현 상황을 봤을 때, 광범위한 공포 형성 측면에서 테러일 수 있습니다. 한 여성이 겪는 게 아니라 '너와 내가' 유사한 경험을 갖는다면 이건 시스템의 문제죠. 불운한 여성들이 불운한 사건을 집단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시스템의 문제는 보복범죄 이야기를 나누며 더 구체화됐다. <오마이뉴스>는 2020년 1월 1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 동일 가해자가 동일 여성 자영업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폭력을 저지른 사건 판결문을 찾아봤다. 총 84건이었다. 이 가운데 경찰 출동 사실이 적시된 경우는 38건에 달했다. 경찰의 귀가 조치 후 돌아온 남자가 "너가 나 신고했어, 죽인다"며 칼을 휘두른 경우도 있었다.
- 저희가 확인한 바로, 경찰 출동도 보복 범죄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최초 사건 후 제대로 된 공권력의 개입이 없었고 상대는 더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가해자의) 자신감이 확 올라간 겁니다. 보복범죄는 사회가 가해자에게 '너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결국 국가가 초래한 위험입니다.
경찰은 식당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에 대해 '진상이 행패 부린다' 정도로 판단하지 형사사건으로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민을 보호하기로 한 자가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가해자가 확신을 얻을 때, 그 일이 발생한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합니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때는 이 상황이 재발되지 않길 바라는 게 최소한의 기대일 텐데 그것조차 안 된 거죠."
보복의 두려움에 떠는 여성 자영업자들은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도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기 어렵다. 실형을 산다 해도 가해자가 감옥에서 나온 그 후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폭력이 일어난 84건 가운데 피해자의 처벌불원 사실이 확인된 건 34건(40.5%)이었다.
"가해자를 처벌할지 결정 여부를 피해자에게 떠넘긴 거죠. 뒷짐 지고 앉은 사법부의 비겁함입니다. 영국에서는 피해자가 처벌불원하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조사하게 돼 있습니다. 두려움 속에 내린 결정인지 상황을 살피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처벌하지 않겠다' 하면 끝이죠. 꽃뱀·무고죄 사건을 얘기하면서 여성들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왜 이런 결정을 할 때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여자의 말을 100% 의심 없이 받아들일까요.
모든 책임을 피해자가 떠안기 때문에, 가해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처벌불원해주지 않는 피해자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을 갖습니다. '저 여자 때문에 전과자가 됐다'고 하죠. 결국 공권력이 폭력을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느냐의 문제인데, 우리 사법부는 가해자가 반성하게 하지 않고 가해자의 복수심을 불태우도록 일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범죄를 보는 가벼운 시각, 피해자의 위험과 공포를 공감하지 못하는 무지, 안일함, 알려고 하지 않는 나태함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의 대상... 생계 위협 받는 사회적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