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빵.
빈효인
만드는 과정은 아주 간단합니다.
1) 재료; 호박떡용 가루(500g), 막걸리(300g), 우유(200g) : 없으면 물로 대체, 삶은 완두콩 한 주먹 (저는 설탕에 졸인, 초록과 붉은빛이 진하게 보이는 시판 완두콩배기/팥배기를 사용했습니다.)
2) 호박떡용 가루+막걸리+우유를 한꺼번에 넣고 하얀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잘 섞어줍니다.
3) 찜 솥에 물을 끓이고 찜 솥 크기보다 조금 더 긴 길이로 잘라놓은 종이 호일 두 장을 교차해서 준비해 놓습니다.
4) 물이 끓으면 찜 판 위에 교차한 종일 호일을 올린 후 반죽을 붓고 그 위에 준비해둔 완두콩배기+팥배기를 빈틈없이 뿌려줍니다. 찜솥의 뚜껑을 닫고 인덕션 7단, 가스 불로 중불 보다 약간 센 불로 40분간 찝니다.
두둥! 완성되었습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술빵이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방산 시장에 가서 예쁜 비닐 포장지를 사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한 김 식힌 단호박 술빵을 투명 비닐에 넣어 귀여운 스티커를 붙여서 선물 포장을 끝냅니다. 노란 단호박 빵 위에 초록색과 붉은색 콩의 조화를 보니 제법 크리스마스 기분이 납니다.
빵은 커피와 함께일 때 진정한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직접 만나서 주고 싶은 마음에 카톡 선물하기는 패스했습니다. 산타 선물처럼 양손 가득 풍성하게 안겨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소상공인들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음을 알기에 대형 커피숍보다는 동네의 입소문 난 커피 대회 입상으로 실력이 더욱 입증된 아담한 커피 공장을 찾았습니다.
선물용으로 콜드 브루(cold-brew)가 참 좋습니다. 콜드 브루는 따뜻하게 마셔도 맛있고, 차갑게 우유와 섞어서 라테로 마시면 고소함이 정말 일품이지요. 크레마는 없지만 캡슐커피와는 차원이 다른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입니다. 내년에는 원두 값이 올라서 가격이 인상된다고 하는데 영업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콜드 브루를 넣은 까만 상자에 크리스마스 스티커를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차차! 한 해 동안 맛있는 커피를 제공해주신 사장님께 술빵 하나 준비해 올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쓸쓸한 마음을 책으로 위로를 받습니다.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열심히 읽지는 못하지만 틈틈이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올 한 해는 특히 책이 제 마음을 채워주고 다독여 주었습니다. 제가 좋다고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올해는 책 선물이 꼭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각자의 취향과 상황에 맞게 고르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가장 고심했고요.
읽은 책도 있고, 추천받은 책도 있습니다. 빵에 커피를 마실 때 스마트폰 대신 책으로 빠져들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교O문고에서 책을 주문할 때 선물 포장을 요청하면 (2000원 추가) 책이 예쁜 포장 상자에 담겨 옵니다. 마음을 적을 수 있는 엽서까지 있어서 친필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만남에는 읽은 책으로 서로의 감상을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만남이 더욱 풍성해질 듯합니다.
제가 선물한 책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금이/창비 : 어린 네 명의 아가를 키우느라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이 바쁜 그녀에게 드라마처럼 술술 읽는 재미 한 스푼
2) 시를 잊은 그대에게/정재찬/휴머니스트 : 소녀 예술가를 키우며 예술가의 감성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녀에게 감성 한 스푼
3) 빈센트 나의 빈센트/정여울/21세기 북스 : 미술을 사랑하는 우아한 그녀에게 위대한 화가의 내면 이야기 한 스푼
'선물한 책을 좋아할까? 싫어하면 어쩌지...' 수많은 고민 끝에 누군가 책은 놔두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 주문하기를 눌렀습니다. 그들이 잘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선물을 준비하면서 여러 마음이 있었습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예쁜 케이크를 사는 것이 모양도 좋고 맛도 좋지만 제 정성을 나누고 싶었고, 개업부터 지켜본 작은 커피 공장이 큰 대회에서 몇 차례 우승도 하고 매출도 좋아져 직원도 두고 사업이 성장하는 과정에 저의 응원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준 책을 읽으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마법의 시간이 펼쳐지길 바랐습니다. 여러 마음이 담긴 제 작은 선물을 받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되길
올해 연말, 특별한 케이크도 아닌 어쩌면 흔하디흔한 술빵으로 마음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내년 연말에도 술빵을 찌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빵이나 케이크를 사러 외출하기가 여의치 않을 때 만들기 간단한 술빵을 쪄 보시는 건 어떨까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자칫 연말이 더욱 힘들 수가 있습니다. 조심은 하되 전염병 소식에 너무 깊게 매몰되지 않고, 한 해 동안 수고한 가족들에게 서로 덕담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따끈한 술빵을 먹으며 가족끼리 모여 막걸리도 한잔하면서요.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만들어 보세요.
술빵, 책, 커피를 주르륵 놓고 보니 갓 쪄낸 따끈한 술빵처럼 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선물을 준비하면서 제 마음이 넉넉해졌습니다. 산타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선물을 받는 것도 좋지만 주는 기쁨이 참으로 큽니다. 선물을 받을 사람을 떠올리며 그 사람과의 관계도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새삼 그분들과의 인연에 감사하고요. 부자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베푸는 것입니다. 저는 마음 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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