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IT의 성차별 핫IT슈'
이명희
IT 관련 전공의 성비 불균형은 IT 기업 취업자의 성비 불균형 문제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렇다면 IT 기업의 성비 불균형은 특히 어떤 문제를 야기하기에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인가. 학생들과 IT 기업에서 개발된 기술 및 서비스 중 여성에게 불리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시리, 빅스비, 알렉사 등 인공지능 비서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점, 인공지능 간호사 몰리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점, 가상 인플루언서, 인공지능 챗봇이 전부 어리고 예쁜 여성으로 설정되었다는 점 등을 발견했다.
우리 반 학급 회장은 통찰력 있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여자 아이들이 애초에 컴퓨터, 기계에 관심이 없는 것도 불평등한 IT 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이었다. 남성이 주로 근무하는 IT 회사에서 어린이용 코딩 로봇, 코딩 프로그램, 각종 교육용 교구를 개발하다 보니 남성이 좋아할만한 디자인으로 설계됐다는 지적이었다. 만약 여성이 이러한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다면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디자인으로 설계되었을 것이고, 여자아이들도 어릴 적부터 기계, 컴퓨터, 로봇 등에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남성의 수가 훨씬 많은 지금의 IT에서 인공지능을 개발하게 된다면 어떠할까. 수업을 진행할수록 나와 학생들은 IT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남녀를 차별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때에 개발자의 주관이 알게 모르게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에 작용하는 것을 데이터 편향이라 한다. 데이터 편향의 대표 사례로는 흑인을 고릴라로 인식한 '구글포토'가 있다. 우리들은 남녀를 차별하는 인공지능이 출현하는 것만큼은 꼭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녀가 평등한 IT, 그속에서 나오는 평등한 기술과 서비스
우리들이 인식한 문제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남녀가 평등한 IT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과 학급 토의를 거쳐 그림책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방법을 도입했다.
우리 반 아이들 스물두 명이 각자 한 페이지를 맡아 직접 원고를 쓰고 그림을 그려 완성했다. 그림책에는 IT의 성비 불균형, 그에 따른 문제, 보다 평등한 IT를 만들기 위해 IT 기업에 바라는 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학생이 동참하고 어른들도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지지해주길 바랐다.
학생들과 함께 만든 그림책 펀딩은 현재 '텀블벅'에서 진행 중이며 1월 23일 종료된다. 과연 학생들의 진지한 목소리는 사회에 커다란 울림이 되어 IT의 문화를 평등하게 바꿀 수 있을까. 우리들의 진지한 목소리가 세상에 닿기를 희망한다.
학생들의 펀딩 내용은 해당 링크(
https://link.tumblbug.com/NH83mEDnnmb)을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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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입니다. 미래교육, 융합교육, 인공지능교육, 지속가능개발교육에 관심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세상을 조금씩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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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성차별 때문에 그림책 만든 5학년, 이런 것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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