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양놀이문화마을학교를 운영하는 우장식 대표와 주은숙 사무장.
<무한정보> 김수로
신양 생태교육센터 '위드'가 진행하는 생태교실은 학교 근처 마을길과 언덕, 신양천 주변을 걷는 활동이 많다. 같은 길 위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관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을 경험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5일, 3·4학년 학생들이 모인 강당에 활기가 넘쳤다. 노랫소리에 맞춰 즐겁게 춤을 추다 지도교사가 '소나무!'하고 외치는 소리에 옆에 있는 친구를 껴안는 얼굴이 밝게 빛났다. 소나무는 2명, 백송 3명, 잣나무 5명이다. 바늘잎이 뭉쳐 자라는 개수만큼 짝을 지어 모둠을 만드는 활동이다. 몇 차례 모였다 흩어진 끝에 놀이를 함께 할 친구들이 결정됐다. 여러 종류의 잎이 그려진 네모난 퍼즐을 구슬치기하듯이 나무조각으로 맞춰 원 밖으로 나온 퍼즐을 가져가는 놀이다. 나무조각을 튕기는 순서는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먼저다. 따낸 퍼즐을 세 등수를 내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는 친구를 이길 필요가 없다.
모둠별로 얻은 퍼즐을 초록, 연노랑, 주황, 빨강 등 비슷한 색깔이 옆에 오도록 원을 만들자 나무가 사계절을 지나며 단풍드는 과정이 눈앞에 나타났다. 함께 손을 모아 만든 작품이다.
밖으로 나선 아이들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신양면행정복지센터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왼쪽으로 돌아 쭉 올라가면 야트막한 언덕이 나오는 '단골 산책로'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길 위의 모든 것이 그저 반갑고 궁금한지 가다 멈추길 반복했다. 겨울에 접어들며 흰 솜털을 단 씨앗과 뿌리째 뽑은 조개풀, 나뭇가지에 달린 빈 벌집을 살펴보고 온갖 질문을 던졌다.
낙엽이 깔린 경사로를 올라 언덕 위에 서니 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썰매를 타듯 미끄러져 내려와 바지는 온통 흙투성이가 됐지만 "엄마한테 혼나겠다!"라고 외치며 한 번 씩 웃고 마는 아이들이다.
구지은 위드 대표는 "식물과 곤충은 주변에 늘 있지만 정작 관찰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수업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땐 '선생님 이게 도토리에요?'라고 할 정도였어요. 사마귀나 메뚜기같은 곤충은 겁을 냈고요. 지금은 먼저 나서 '한 번 만져볼게요'라고 하고 그 과정에서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법을 배워요"라며 "가보지 않은 길을 무섭다고 가지 않는다면 평생 어떻게 가야할지 몰라요. 두려워도 이겨내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수업에 부모가 참여해 아이들이 활동하며 달라지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제안했다.
사진수업도 주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유튜브 영상 등 빠르게 지나치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정지화면'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1·3·6학년 아이 셋을 키우는 서옥주 돌봄교사는 "밖에 나가기보단 집에서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걸 더 좋아했던 아이가 사진수업은 거의 빠진 적이 없어요. 학원가는 시간을 늦춰서라도 가야한다고 해요"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