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여성가족부 폐지냐 존치냐

여성가족부가 간과한 것 역시 평가해야 마땅하다

등록 2022.01.12 19:51수정 2022.01.1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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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꺼내 놓은 단 일곱 글자짜리 공약 '여성가족부 폐지'에 연일 대선판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 모습.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꺼내 놓은 단 일곱 글자짜리 공약 '여성가족부 폐지'에 연일 대선판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 모습.연합뉴스
 
여성가족부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입장이 표면화됐다. 그중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폐지를 단 7자로 소개했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은 여성인데도 '묻지마식' '거두절미식' 공약을 발표할 만큼 여성부는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일까.

남녀 불문하고 대체로 80%가 '여가부가 일을 못하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2020년 7월엔 10만 명을 넘긴 여가부 폐지 청원도 있었다. 윤 후보의 공약은 여가부 성토 분위기를 발빠르게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에서도 여가부의 명칭을 변경하고 개편하겠다고 하니, 기존 여가부에 대한 문제인식은 경중을 떠나 양 후보의 공통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막상 공론화 되니 대다수 국민은 환영보다는 유보적 태도를 견지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집단 심리를 들여다 볼 필요도 있겠다. 

'여가부 무용론'은 설립 취지와 정책 방향에 어긋나거나 성과가 없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오해인지, 진짜 여가부의 실책인지 아님 다른 변수가 작용하는지 따져 볼 일이다.   

이 나라에서 여성 인권의식의 광범위한 태동은 민주정부 출범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행정부 내에 여성 전담 부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 여성특별위원회이 있었는데, 이것을 시작으로 2001년 여성부가 출범한다. 이후 여성만으로 특화하기엔 너무 일이 부족했는지 2005년 여성가족부로 개편한다. 최초 여가부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의 성평등 지위 확보와 권익증진 등을 설립 취지로 하여 성정책의 기획·종합' 청소년 및 가족(다문화가족과 건강가정사업을 위한 아동업무를 포함한다)에 관한 사무를 관장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다.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및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정책의 성별영향 분석·평가
-여성인력의 개발·활용
-청소년정책의 협의·조정
-청소년 활동진흥 및 역량개발
-유해환경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
-위기청소년 등의 보호·지원
-가족 및 다문화가족 정책의 기획·종합
-양육·부양 등 가족기능의 지원
-다문화가족의 사회통합 지원
-성폭력·가정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성매매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아동·청소년 등의 성보호
-이주여성·여성장애인 등의 권익보호


위에서 보듯, 청소년, 가족, 보육 그리고 성범죄 관련 업무 등을 보건복지부로부터 이관 받아 확충했으니 업무의 범위가 넓어 혼선도 야기되고 활동 범위가 퇴색한 편으로 평가한다. 

여성의 지위나 권익향상을 위한 업무 보다는 여성을 가족의 테두리내에서 보려는 전통시각에 바탕하여 가족 관련이나 성범죄 관련으로 치우친 경향이다. 가족 관련 업무를 빼면 시체라는게 여성가족부 폐지자들의 시각이다. 여가부의 애초 출범 취지가 잘 진행돼 왔다면 성평등 의식의 발전은 물론 부수적으로 성범죄도, 여성의 사내 불이익도 많이 개선됐을 것이다.


최초 출범 취지가 무색해 진 원인은 여가부가 이 사회 여성 문제의 본질을 읽지 못한 데 있는 거 같다. 그 결과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일부 남성에게는 '남혐부'로, 일부 여성에겐 '투명부'로 인식됐다. 가시적 성과없는 부처로 인식되면서 당연히 폐지하자는 의견이 뒤따른다.

여가부는 왜 여성 문제에 안일했을까? 여성 관련 일은 문제의식이 없으면 절대 보이질 않는 법이다. 여성의 사회 참여도가 크게 향상되니 지위 개선도 있어 왔다. 이는 여성부의 성과가 아니고 사회 진화의 당연한 수순 정도이고 대부분은 착시가 작용한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성의 지위는 거기까지이고 여러모로 차별이 존재하며 남성과 같은 평등한 대접이나 기회의 평등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사회는 기득권자들의 기획에 의해 그들에게 유리하도록 그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의해 운영 유지되기에 상대적 약자이자 '을'인 여성이 동일 선상에 서기란 개천에 용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여성의 상대적 기득권자는 남성이기 때문이다.  

여가부의 하위 평점은 남성 기득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여성의 평등과 권익을 고양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게을렀다는 평가다. 사실상 예산의 20%를 투입하고도 남녀 문제의 본질을 못 본 것이다. 가정 내에 여성 목소리가 커지고 사회적으로 남자들 못지 않게 행동반경이 넓어졌다고 해서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문제는 조직 구성원이 되어 들여다 봐야 보이듯, 여성 문제는 여성 삶에 감수성과 공감능력이 발동되어야 파악이 된다. 

불행하게도 여가부 공무원의 50% 이상이 여성인데도 심층 구조에 접근하지 못했다. 원인은 이들도 상대적 상위그룹, 여성 내에서의 기득권자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성 문제가 피부로 느껴지기엔 공무원들의 근무 환경은 월등히 좋다. 노무현 정권과 문재인 정권에서 여성 할당제로 여성을 내각에 기용하려고 애썼고 국민의힘 쪽에서도 여성표를 의식해 약간의 개선을 해 온 건 사실이지만 말했듯이 이들은 소위 금수저 출신이거나 금수저에 가까운 이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겐 절대다수의 보통 삶을 누리는 여성들에 공감 능력을 발동할 만한 토대가 부족할 것이다. 굳이 성평등을 주장안해도 큰 불이익을 받을 부류는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약자의 한을 가슴으로는 못 느끼고 머리로 생각해 내야 하는 부류로 보인다. 여성 관료가 늘어도 저조한 성평등 인식을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여가부의 성과가 자꾸 도마에 오르자 사회 심리, 기조를 연구하는 작업은 소홀히 하고 여성 역사관 등 가시적인 것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인다. 2021년 9월 29일, 총 예산은 268억원을 들여 연면적 약 7000제곱미터(2118평)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설계를 공모했다고 한다. 근본 원인은 놔둔 채 업적만 쌓으려는 행태다.

실질적 효과가 없는 예산 투입과 여성 시민단체에 자금 지원방식으로 여성 권익이나 성평등의 성과를 냈다고 자위하면 안된다. 여성 박물관 지으면 여성 인권이나 평등이 해결되는가. 소프트 웨어는 그대로인데 하드웨어만 갖다 붙이는 꼴이다. 여전히 일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직도 대개의 운영자가 청년층인 성상품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성범죄가 줄기는커녕 남성의 방어수단만 확장되는가 하면, 법원 판결은 여성보다는 남성 공감 쪽으로 기우는 판결이 더 많은 걸 보니, 성평등 의식과 성인지 감수성이 너무나 저조해 보인다. 

여가부가 여성의 당연한 권익과 평등한 지위를 위한 콘텐츠를 개발 적용하는 데 총력을 기울임으로써, (적어도 공적 분야는 채용과 승진에선 공평성을 견지하나) 우리 사회 기득권의 남성 편향을 조정하고 사기업의 남성 중심 시스템을 개선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적용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업무의 선명성을 위해 '여성가족부'에서 '가족'은 빼고 성평등 특화 정체성과 업무에 착안한 새 명칭을 개발하면 좋겠다. 업무수행자들부터 성평등 의식으로 무장시켜야 하고 서류 작성이 아닌 발로 뛰는 일을 해야 한다.  

윤석열 후보의 여가부 폐지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 없다. 그건 국민 대다수가 여가부의 업무에 불만은 있지만, 여성의 평등한 지위와 권익에 대해서까지 부인하고 있지는 않다는 반증이다. 대한민국에서 여성 차별 무드의 개선은 더딘 편이다. 그 어떤 이름으로 변경되든 여성가족부가 존치돼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여가부 #윤석열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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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후 소소한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미안하게도 시민기자제가 있는지 이제서야 알고 가입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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