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튜테독일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학생들이 들고 가는 슐튜테
이상연
그렇다면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독일 아이들은 어느 정도의 학습 실력을 갖고 입학할까요? 대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본인 이름 외에 알파벳을 읽을 줄 모르는 80% 학생들입니다. 그룬트 슐레에 입학한 학생들의 대부분이 본인의 이름 외에 다른 알파벳을 쓰지도, 읽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독일의 많은 부모들이 본인의 이름만 알려주고 배우게 하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선행학습을 하는 학부모가 굉장히 적은 편입니다. 독일 유치원에서도 학교 갈 나이가 되면 독일어, 셈하기, 영어 등의 수업을 가르치기보다는 초등학교 미리 견학하기, 초등학교에 가지고 다니는 가방, 어떤 수업을 하는지 등에 대해서만 소개합니다.
두 번째, 손가락 힘이 부족하여 글씨를 쓰기 힘든 학생들입니다. 독일의 많은 어린이들이 그룬트 슐레에 입학하기 전까지 소근육보다는 대근육이 많이 발달된 편입니다. 놀이터와 같은 야외활동과 운동 위주의 활동이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독일 선생님은 학부모 회의에서 아이들이 손가락 힘이 부족하여 글씨 쓰는 것을 힘들어한다면서 집에서 가위 활동, 작은 물건 집기 등과 같은 활동을 통하여 소근육 발달을 위해 함께 노력해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의 젓가락 사용 문화가 아이의 소근육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시아권 학생들에게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입학 후 3개월 만에 더하기를 가르친다고 하니 반발하는 학부모들을 봅니다.
입학 후 한 달 후에 이루어진 학부모 회의에서 담임선생님이 한 달 동안의 수업내용과 앞으로의 수업 계획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은 학생들이 입학 한 3개월이 된 시점인 11월부터 더하기를 학습할 예정이라고 공지를 했습니다. 선생님이 공지를 하자마자, 많은 독일 학부모가 반대 의견을 내보였습니다. 이유는 아이들은 이제 그룬트 슐레에 와서 6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무슨 더하기를 배워야 하냐는 것이지요.
저는 학부모들의 이런 의견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학생들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주제로 선생님과 학부모 간의 20분간의 회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론 선생님이 한 달 동안 모든 반 학생들의 학습 경과를 지켜보면서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11월에는 더하기를 배우기로 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