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한 동태탕깊고 시원한 겨울철 별미다.
은주연
어디 자격뿐이겠나. 동태 살이 내뿜는 아미노산과 다시 육수가 만난 맛의 하모니는 자극적인 인공조미료 맛과 비교할 바 아니다. 이 국물이 아우라를 뿜어내는 가운데 고춧가루가 화룡점정을 찍으면, 얼었던 몸과 마음이 살아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전적으로 내 바람일 뿐이지만, 이런 시원하고 얼큰한 감칠맛이라면 우리 딸들 좋아하는 라면 국물을 이길 수도 있겠다 싶은 기대감에 마음도 한껏 부풀었다.
라면 국물에 뺏긴 마음도 찾아오고, 추위에 잔뜩 얼어 있는 마음도 녹여줄 일석이조의 동태탕은 착한 음식답게 끓이는 법도 간단하다. 사실 '탕'이라는 음식의 맛은 다시물이 다하는 법이라 우려놓은 다시물이 있으면 말 그대로 초간단 음식이다.
그런데 이런... 다시물이 똑 떨어졌네? 이참에 넉넉히 우려보아야겠다. 다시물은 냉장고나 냉동고에 있는 재료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기에 어찌 보면 가장 손쉬운 마법의 국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집에 있는 가장 큰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뿌리 다시마 손바닥만 한 것 두 장과 멸치 한움큼을 넣는다. 딱 이 상태로도 맛있는 국물이 만들어지지만 욕심을 내서 디포리 10마리 내외와 황태머리 1개를 넣으면 국물 맛이 더 깊어진다.
보통은 여기서 끝내지만 오늘은 냉동실에 얼려둔 파뿌리가 있으니 약간의 변주를 더해도 좋겠다. 파뿌리 3개 정도와 가쓰오부시 약간을 넣고 푹푹 끓여주면 다시물 완성. 나머지는 참 별 게 없다.
다시물을 만드는 동안, 동태를 물에 담가 30분 정도 해동시켜 깨끗이 손질해놓고 무와 쑥갓, 혹은 미나리를 먹기 좋게 썰어 놓는다. 물론 장볼 때 뭐 하나씩 빼먹는 나 같은 사람은 이번에도 쑥갓과 미나리를 잊었지만 괜찮다. 없으면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것이 쑥갓과 미나리니까. 이번엔 그냥 무만 숭덩 썰어 넣는다.
금세 살살 풀어지는 동태를 보면서, 숙제에 지친 아이들 마음도 살살 녹기를 기도하는 마음을 덤으로 담는다. 그리고 준비한 재료를 다시물에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으로 고춧가루와 간장으로 간을 하고 보글보글 끓으면 세상 쉬운 동태탕 완성.
동태탕에 곁들이면 좋을 반찬, 물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