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태평로옛 총독부 체신국 건물이 막고 선 광경. 태평로를 확장하면서 건물 일부를 개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음.
서울역사박물관
가파른 벼랑처럼 길을 가로막고 있던 옛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체신부→국세청 남대문 별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철거되면서 집 얼굴이 드러난다. 화려한 포장지로 치장한 싸구려 상품에 현혹되듯 체신국에 막힌 겉모습만 보아오던 사람들이, 드러난 이 집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다. '나쁜 집'을 없애고서 얻어낸 행운이다. 오래된 우리 속살에 한 걸음이나마 다가섰음인가? 다시 살려낸다는 것(再生)은 이런 것이다.
조선 성공회
16세기 종교개혁으로 영국에서 한 교단으로 형성된 성공회는, 이후 영국 식민지 확장과 궤를 같이하며 확대, 전파되어 나간다. 성공회는 신앙의 다양한 전통과 개성을 존중한다.
따라서 나라와 문화마다 각기 다른 종교적 색깔을 지니며, 한 교회 안에서도 신앙과 신학의 흐름이 매우 다양하다. 그만큼 유연하다. 이런 특성이 덕수궁 옆, 수줍은 듯 낯 붉히고 선 교회당에 고스란히 녹아들었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주교 존재 여부로 교회가 성립되는 성공회는, 코프 신부가 한국 주교(1889.11)가 되어 트롤로프 신부를 비롯한 사제, 신학생, 의사, 인쇄기술자와 함께 인천항(1890.09.29)에 닿으면서 시작한다. 공식 명칭은 조선종고성교회(朝鮮宗古聖敎會)다.
이들은 한양에서 낙동(대연각빌딩 자리)과 정동(영국 공사관 옆)에 자리 잡는다. 낙동 선교부가 인쇄, 병원, 교회를 열지만, 뒤이은 러일전쟁 때 일본이 군영으로 징발하면서 사라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