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키스는 애정과 신뢰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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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반냐가 '마징가 귀'를 하느냐 마느냐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을 때, 어느 날엔가 반냐가 가만히 앉아 내 눈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반냐가 내게 '고양이 눈키스'를 보낸 것이었다. 나는 내적 환호를 억누르며 반냐에게 눈키스를 되돌려 주었다.
고양이가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는 행위를 반려인들은 '눈키스' 또는 '눈인사'라고 부른다. 고양이의 눈키스는 상대에게 보내는 애정의 표현이다. '너랑 친해지고 싶어', 또는 '나는 너를 신뢰해'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의 서운함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제 정말 반냐와 가족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냐고? 이제 반냐가 내게 '하악질'을 하는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 사이가 매일 다정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녀석과 나는 아직도 애정과 짜증, 연민과 투정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발톱을 깎을 때면 예민한 반냐는 줄행랑을 치고, 그 뒤를 내가 허둥지둥 쫓아가다 솜방망이(고양이 앞발)에 얻어맞는다. 그렇게 한 대 맞고 나면 '두고 봐라!' 하며 녀석을 무시하겠노라 다짐하지만, 5분도 못가 일광욕하는 반냐가 너무 귀여워서 다가가 또 지분거리게 되는 것이다. 뺨을 맞고도 다른 뺨을 내어준다는 그 마음, 반려동물과 살아보니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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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귀, 꼬리 탕탕... 고양이와 친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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