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장애·여성·청년·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월 2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들에게 "취약계층의 권익보장을 위한 노동정책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섹알 마문 부위원장
참여연대 제공
그렇다면 건보료를 내는 이주노동자들은 얼마나 혜택을 받고 있을까? 섹알 마문 부위원장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는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월-토요일 일하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 일요일 하루 쉬는데, 지역의 동네 병원 대부분은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면서 "설사 시간이 있다 해도 말이 안 통해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할 수 없으니까 병원에 가길 꺼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생활을 한지 24년 된 나도 아파서 병원에 간 기억은 손에 꼽는다. 수술도 입원도 한 번 한 적 없다. 건보료는 꼬박꼬박 냈지만 혜택을 받은 건 거의 없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민 건강권 실태와 의료보장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복수 응답 허용), 이주노동자 1055명 중 비용이 부담돼서 진료를 받지 못한다는 이들이 54.1%(약 570명)에 달했다. 그 외 이주노동자들은 ▲시간이 없어서 37.1%(약 391명)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 같아서 36.4%(약 384명)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27.9%(약 294명) ▲어디서 진료받아야 할지 몰라서 17.7%(약 186명) ▲거리가 멀거나 교통이 불편해서 11.6%(약 122명)의 이유를 들었다.
외국인 건보 재정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10월 국정감사 때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 거주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는 1조 4915억 원이지만 건보공단이 이들의 치료비 등에 쓴 급여비는 9200억 원으로 5715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섹알 마문 부위원장은 "우리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보다 기여를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억울하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살기 위해 한국의 법을 지키는 거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윤석열 발언 때문에 억울하고 분노할 일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현재 고용허가제로 인한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촬영하고 있다는 그는 "얼마 전에도 농장에서 일하다 너무 힘들어 자살시도를 한 이주노동자를 만나고 왔다. 모르는 사람들은 너네 나라로 돌아가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오는 순간 자기 어깨에 수십 개의 빨대가 꽂힌다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가족을 비롯해 먹여 살리고 책임져야 할 이들이 많다는 뜻"이라며 "그런 이주노동자들인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건보료 무임승차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화가 나지 않겠냐. 제발 윤석열은 우리를 희생제물 삼지 말고, 제대로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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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보험료 내도 병원 거의 못 가... 윤석열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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