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충북산업폐기물매립장대책위원회가 2021년 10월 14일 발족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충북인뉴스
쓰레기로 수천억 벌겠다는 기업과 자본
특히 돈이 된다고 하는 산업폐기물매립장과 의료폐기물소각장을 하려는 업체가 어디인지를 찾아보면, 최근에는 대기업과 사모펀드들이 대거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영월에서 560만톤 규모의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는 쌍용C&E(구 쌍용양회)다. 이 회사의 실소유주는 '한앤컴퍼니'라는 사모펀드다. 조선일보 방상훈 대표의 사위인 한상원씨가 운영한다. 이 펀드가 2016년 쌍용양회를 인수한 후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산업폐기물매립장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태영그룹과 SK그룹은 이미 산업폐기물매립장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충주메가폴리스 산업단지 안에 있는 산업폐기물매립장이 대표적이다. 태영그룹과 SK그룹이 합작해서 만들었던 TSK코퍼레이션(지금은 합작이 해소됐고 태영그룹이 KKR이라는 사모펀드와 합작해서 에코비트라는 업체를 만들었다)이 지분 70%, 지역토건업체가 나머지 30%를 갖고 있다.
이들이 2020년까지 챙긴 현금배당금만 422억 원이다. 20억 원을 자본금으로 출자하고 출자액의 20배 이상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지금도 매립이 계속되고 있으니 앞으로 챙길 이익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 음성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산업폐기물매립장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SK그룹이 지역업체와 손잡고 충북 괴산군 사리면과 충남 공주시 의당면에서 추진하는 산업단지 내에도 산업폐기물매립장이 포함돼 있다. 지금 지역주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려서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모펀드의 돈놀이판 된 의료폐기물소각장
의료폐기물소각장도 산업폐기물매립장 못지 않게 돈이 된다. 그래서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일찍부터 의료폐기물소각장 업체를 사들였고, 지금은 그 업체들을 다시 비싸게 팔고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Anchor Equity Partners)는 2016년 의료폐기물소각업·산업폐기물매립업 등을 하는 이에스지·이에스지청원을 2000억 원 정도에 인수했는데, 4년 만에 4배 가격에 되파는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 업체들을 사들인 곳은 역시 KKR(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 Kohlberg Kravis Roberts)이라는 글로벌 사모펀드였다.
이렇게 사모펀드들이 서로 사고 팔 정도로 한국의 의료폐기물소각장은 돈이 되는 사업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SK그룹이 의료폐기물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다 보니, 민간업체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농촌지역 곳곳에서 의료폐기물소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 문제로 필자를 찾아온 농촌주민들이 있었는데, 그곳은 경북 안동시였다. 이미 경북지역에는 3곳의 의료폐기물소각장이 있고, 경북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량보다 타 지역 폐기물을 훨씬 많이 소각하고 있는데, 안동에 새로운 의료폐기물소각장이 또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동뿐만 아니다. 지금 의료폐기물소각장이 추진되는 곳들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공통점은 농촌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농촌지역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이 얼마나 되겠는가?
산업폐기물 공공책임제 필요하다
이런 문제들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생활폐기물은 공공(지자체)이 처리하는데, 왜 산업폐기물·의료폐기물을 민간업체들에게 맡겨놔서 이런 상황을 만드느냐'라는 목소리다. 산업폐기물은 생활폐기물보다 더 유해한 것이므로, 당연히 공공이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이야기한다.
또한 '돈만 벌려고 하는 민간업체들이 산업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한다는 보장 또한 없지 않은가'라는 의구심이 있다. 산업폐기물매립장의 경우에는 수십 년 이상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데, 민간업체들이 돈만 벌고 떠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도 크다. 실제로 매립이 끝난 매립장에서 사고가 나거나 사후관리가 안 돼 국민 세금으로 사후관리를 하는 곳들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역주민들의 얘기가 옳다. 산업폐기물은 민간업체들에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공공이 책임지고 처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미 민간업체들이 인·허가를 받아서 운영하고 있는 곳들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신규로 설치하는 산업폐기물매립장, 소각장들은 공공성이 확보되는 주체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출자·출연한 기관들만 신규 매립장, 소각장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기존에 민간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공공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 이렇게 공공에서 일정하게 책임지고 처리하며 민간업체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 그래야 산업폐기물이 무분별한 이윤추구의 수단이 되는 것을 막고, 지역주민들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
공공성이 있는 신규 매립장, 소각장들은 권역별로 설치해야 한다. 그래서 자기 지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자기 지역에서 처리하게 해야 한다. '발생지 책임의 원칙'이 산업폐기물에서도 필요하다. 그래야 폐기물이 원거리를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나 위험성도 방지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서 기존에 이미 설치된 산업폐기물매립장, 소각장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규제강화가 필요하다. 산업폐기물시설이 생활폐기물시설보다 허술하게 관리돼서야 되겠는가? 불법행위 실태와 함께 주민건강권 침해, 토양·수질·지하수 오염 등 전면적인 실태를 조사하고, 최소한 생활폐기물 시설 이상으로 주민감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민간업체들이 가져가는 과도한 초과이익 환수방안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