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연습량으로 보나, 진도 나가는 수준으로 보나 우리 세 사람 중에서 나는 단연 우등생이다.
envato elements
클래식한 가요나 팝, 뉴에이지 같은 곡들도 좋지만 진짜 클래식을 연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무렵, 선생님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소나티네 악보 하나를 가져오셨다.
위키피디아와 두산대백과에 의하면, 소나티네(Sonatine 독일어) 혹은 소나티나(Sonatina 이탈리아어)는 악곡의 형식으로, 규모가 작은 소나타를 말하며, 주로 피아노용으로 많이 작곡되었다.
소나타와 같이 제시부와 발전부(혹은 전개부) 그리고 재현부로 나뉘고, 제시부에서 나온 멜로디가 재현부에서 똑같이 혹은 비슷한 형태로 재현되며, 발전부 혹은 전개부에서는 제시부와는 다른 멜로디를 사용한다고 쓰여 있다.
그날은 마침 교본에서도 비발디 사계 중 겨울 2악장 진도를 나가기도 했다. 약간 느린 듯 목가적인 비발디의 사계 겨울 2악장도 좋았지만, 통통 튀는 스타카토(손가락을 튕기듯 짧게 끊어 치는 음)가 가득한 소나티네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소나티네를 칠 때면 어떤 기분으로 피아노 앞에 앉던 간에 연습을 마치고 일어날 때에는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아이도 내가 소나티네를 치고 있으면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경쾌하게 시작하는 도입부가 마음에 드는지 "엄마, 나 여기 좋아"라며 도입부 두 소절을 듣고 나면 다시 하던 놀이를 하러 돌아갔다.
어릴 적 바이엘 정도 치다 말았던 남편은 손가락을 풀기 위한 쉬운 곡들을 치고, 이제 막 시작 단계인 아이는 계이름 외우기와 함께 도레미파솔 안에서 거의 모든 연습이 이루어진다. 손가락 힘을 기르려고 도레도레도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가락으로 진도를 나가는 중이다. 솔직히 연습량으로 보나, 진도 나가는 수준으로 보나 우리 세 사람 중에서 나는 단연 우등생이다.
코피를 흘리며 공부를 했다던 우등생만큼은 아니지만, 며칠 못 보면 그리운 연인처럼 나는 우리 집안의 피아노 우등생답게 자꾸 피아노 앞으로 가서 앉는다. 아무래도 주중에는 일을 하다 보니 피아노 앞에 앉을 시간을 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집에 오는 날에는 10분이라도 꼭 짬을 내서 연습을 한다.
내가 치는 곡들은 대부분 길어야 2-3분 이내로 칠 수 있는 곡들이라 10분이면 한 곡을 3번 이상은 칠 수 있다. 주말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피아노 앞에 앉아 연습을 한다. 다음에는 어떤 곡을 쳐볼까 교본을 훑어보며 예습도 미리 해보고, 선생님께서 숙제로 내 주신 새로 배운 곡들과 그 전 시간의 곡들을 반복해서 친다.
내가 치는 곡들을 음원 사이트에서 들어 보기도 하고, 유튜브에서 같은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다른 사람들의 동영상을 엿보기도 한다. 요즘 내가 연습하는 곡을 집 안의 블루투스 스피커로 틀어 두었더니 아이가,
"어? 이거 엄마가 치는 거랑 앞에가 똑같네?"
"잘 들어봐~ 이게 엄마가 치는 그 곡이야."
"아닌데? 앞에 여기(한소절)까지만 똑같고 뒤에는 다른데?"
그 나이 또래의 아이만이 할 수 있는 순수하지만 뼈 때리는 피드백을 준다. 그래, 곡은 같되 내가 듣기에도 소리가 다르긴 다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워 본다.
순수한 배움의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