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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치적 야심 위해 내 경력 엉망으로 폄훼"

[인터뷰]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 정치학과 최승환 교수

등록 2022.02.28 13:56수정 2022.02.2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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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시작은 <더힐>이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9일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더힐>에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기고자는 시카고에 있는 일리노이대학교 정치학과 최승환 교수였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이 글에서 ▲ 미군의 능력 쇠퇴 ▲ 대북 대화에 미온적인 바이든 행정부 ▲ 북한 군사력의 급속한 발전 ▲ 대북 강경파 윤석열 후보의 당선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음날 몇몇 국내 언론이 단신으로 다뤘던 이 기고문은 11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언급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포문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열었다. 이 후보는 TV토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더힐>이라고 하는 군사잡지에서 '한반도의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 4가지 중에 한 원인이 윤석열 후보다'고 한 것 보셨습니까"라고 물었고 윤 후보는 "그 저자는 국제정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하는 분으로 유명한 분인데 이런 대선 토론에서 그런 분의 글을 인용한다는 것이 참 어이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6개 방송사를 통해 생중계된 이날 TV토론에서 오간 설전은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확대 재생산됐다. 12일 <조선일보>는 <[단독] 李·尹 안보 설전 오른 저자 '尹, 흑백논리로 날 평가...인격 모독'>이라는 기사를 냈고 <노컷뉴스>는 <윤석열에 봉변당한 미국교수 '팩트체크해 알려달라'>는 기사를 통해 최 교수의 반박문을 소개했다. 

미국 대학에 정치학과 종신교수로 재직 중인 학자는 한국 대선후보 한 마디에 "인격 모독"과 "봉변"을 당했다. 그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논란이 된 직후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정중한 거절의 뜻을 전해왔다. 그 거절 사유 또한 유쾌했는데 그는 짧게 "제가 대선에 출마한 것은 아니니까요"라고 했다.

그런 최 교수가 갑자기 다시 기고문을 보내왔다. 지난 26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윤석열의 선제타격,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 가져올 수 있을까?>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2차 방송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의 이른바 선제타격론을 두고 공방이 오가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듯했다.

그는 이 기고문에서 "윤석열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한국이 핵미사일 공격의 임박한 위협에 직면할 경우 북한에 선제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면서 "그의 경력이나 '모 아니면 도' 사고방식을 고려할 때, 윤 후보는 재래식 미사일을 사용해 자신의 대선 공약을 이행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 대통령은 무고한 많은 한국인들이 희생되더라도 미국인들에게는 덜 부담되는 과감한 군사 방식을 선택하려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다시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가 응했고 27일 이메일로 이루어졌다.

"윤석열 후보의 발언은 어리석고 불필요한 것"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 정치학과 최승환 교수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 정치학과 최승환 교수최승환

- 지금까지 어떤 주제와 내용들로 학생들을 가르쳤는가?


"컬럼비아대학에서는 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관계' 등을 가르쳤고 미주리대학교에서는 '민주주의, 테러리즘과 국제갈등'(학부), 캐나다 오타와의 칼턴대학교에서는 '국제문제 속에서의 국제기구들'이라는 주제로 대학원생들을 가르쳤다. 

현재 시카고의 일리노이대학교에서는 학부생들을 위해 '한국 정치와 영화', '국제관계이론', '민주주의, 테러리즘과 세계화', '테러리즘, 전쟁과 아이들'이라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으며 대학원생들을 위해서는 '국제관계 세미나', '국제정치경제', '민주주의, 세계화와 국제갈등'이라는 과목을 개설했다."

- 지난 대선 토론에서 윤석렬 후보가 교수님을 가리켜 "국제정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당시 어떤 심정이었나?

"우선 배신당한 느낌이 들었다. 놀랍게도 윤 후보의 발언들은 내가 몸담고 있는 학과에서 내 종신교수직과 승진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했던 것과 닮아있다. 그 사람들의 연구 프로필은 내 연구처럼 뛰어나지도 않고 심지어 근접하지도 못한다.

나는 인종차별을 뚫고 성공적인 경력을 이뤄냈다. 윤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내 경력을 엉망으로 폄훼했다. 내가 맞다면, 한국에서 H지수(H-index, 연구자의 연구 생산성과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한 지표)나 총 인용건수가 나보다 높은 사람은 겨우 2~3명에 불과하다. 

두 번째로 윤 후보의 발언은 어리석고 불필요한 것이었다. 내가 직접 대선후보로 나서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자신이 볼 때 왜 내 주장이 문제의 여지가 있으며 어떻게 자신이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는 제대로 된 후보인지를 말했어야 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이 사느냐 한국인이 사느냐 선택해야 한다면"
 
 AD과학지수에 공개된 2022년도 일리노이대학교 정치학과 랭킹 최상단에 최승환 교수가 자리하고 있다.
AD과학지수에 공개된 2022년도 일리노이대학교 정치학과 랭킹 최상단에 최승환 교수가 자리하고 있다.AD Scientific Index

- 한국은 외교안보 측면에서 어떤 대통령을 필요로 한다고 보는가?

"무엇보다 다음 대통령은 반드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 교훈은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지켜줄 것이라고 100% 확신해서는 안되며, 북한이든 중국이든 혹은 러시아이든 한국에 '핵' 공격을 감행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한국전에서 한국인들을 도울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모든 나라가 휘말려 사라질 수도 있는 핵전쟁의 위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과 군사동맹의 본질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다음 대통령도 자주국방의 방법을 꼭 강구해야 한다.

두 번째로, 다음 대통령은 반드시 북한이 유일한 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실상 국제관계 속에서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고 오직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이다.

- <오마이뉴스> 기고에서 "한국이 핵무기의 균형을 이룬 뒤 김정은에게 군사적 옵션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썼는데 한국이 결국 핵을 보유하는 것이 외교안보에 있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절대적이다. 현실주의자들에게 물어도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아울러 결국에는 북한을 비롯하여 중국, 러시아, 일본과 같은 잠재적 적들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핵으로 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김정은이라도 절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적이 핵으로 가면 나는 두 배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핵 억제의 장점이다. 남북한이 모두 핵을 갖게 된다면 전쟁의 가능성도 매우 줄어들 것이다."

- 또한, 이 기고에서 한반도에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남북의 지속적인 대치상황을 원하는 미국이 한국과의 안보협정을 자제하고 중립을 지킬 것으로 내다보았다. 미국이 국익을 위해서라면 혈맹으로 불리는 한미간의 안보협정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인가.

"상호방위조약은 그저 종이에 불과하다. 만약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이 사느냐 한국인이 사느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왜냐?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였다 해도 같을 것이다.

우리가 핵전쟁을 생각할 때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두 개의 원자폭탄이 가져다준 파괴성에 대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틀린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지금도 남한 전체를 파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미국 대통령이라고 해도 당신의 젊은 남녀시민들을 종이 한 장에 사인했다는 이유로 핵지옥에 보낼 수 있는가? 난 아니다."
#최승환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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