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해 권총을 발사하는 장면을 재현하는 모습
연합뉴스
1961년 5ㆍ16 쿠데타로부터 만 18년 5개월 10일 동안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반동적 근대주의자'(전재호)는 숨을 거두었다. 그는 유신독재에 저항하는 사제 등 성직자와 민주인사들을 '환상적 낭만주의자들'(1974년 10월 1일 국군의 날 치사)이란 인식을 끝내 바꾸지 않고 사망했다.
이즈음 전국의 감옥에는 많은 사제들이 갇혀 있었다. 함세웅 신부는 유신체제에서 세 번째 옥살이를 하고 있을 때 10.26 소식을 들었다.
옥살이가 거의 1개월 되었을 때인 10월 27일 아침이었죠. 그때 몸이 안 좋아서 아픈 데가 많았어요. 그날은 재소자들이 작업을 안 나가더라고요. 교도관들은 다 군복을 입고 비상이고요. 재소자들은 작업이 없으니까 답답해서 소리 지르고 그랬어요. 저는 독방에 있으니까 '이상하다. 왜 이렇게 살벌할까' 생각했어요. 제 조그마한 창으로 내다보면 교도소장실 위에 국기게양대가 보이는데, 태극기가 조기로 걸려 있더라구요. '누가 죽었나', 이렇게 생각하고 저는 그냥 방에서 식사하고 왔다 갔다 하는데, 11시쯤 되니까 다른 재소자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저, 신부님, 2방에서 물 뜨러 나오시래요."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물통 비우고는 교도관에게 "저, 물 좀 뜨면 좋겠습니다. 허락해주십시오." 하니까 "신부님은 가만히 계세요. 우리가 떠다 드릴게요." 하면서 내보내주지 않는 거예요. 사정사정 했어요. "무척 답답하니까 잠깐 갔다 올게요." 했더니 문을 열어줘서 2방으로 갔어요. 동아투위 기자 세분이 막 부르는 거예요. "신부님 아세요? 어젯밤에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오른손 주먹을 들고 총 쏘는 시늉을 하며) 팍! 쏴서 박정희가 갔습니다." 이러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전율을 느꼈어요.
점심밥 받아 이불 속에 넣어놓고는 눈을 감고 한참 동안 기도를 했어요. 막 눈물이 나요. 출애굽기(탈출기)에 이집트의 노예에서 홍해 갈대 바다를 기적적으로 건넜던 모세의 지팡이와 그 기적의 이야기. '아, 기적이 바로 이것이구나. 또 바빌론 70년 유배에서 해방된 제2의 해방 사건이 이런 것이구나. 성서 해방의 이야기가 관념이 아니라 뜻밖에 이렇게 이루어지는 기적이구나.' 그것을 감옥에서 깨달았어요. (주석 4)
주석
4> 함세웅, <이땅에 정의를, 한인섭 대담>, 233~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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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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