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콘의 흔적콘서트에 들어가기 위해 본인인증을 했다는 의미의 팔찌. 이 팔찌와 모바일 티켓으로 콘서트장에 입장한다.
최혜선
그러니 햇수로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앞에 나의 목표는 '올콘'일 수밖에 없었다. '올콘'은 모든 회차의 공연을 다 본다는 뜻이다. 4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 주경기장을 3일 연속 채운 공연에서도 티켓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로 인해 1만5000명 규모로 열린다는 콘서트 공지를 들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드디어! 콘서트를 하는구나! 그런데 1만5000명 속에 내가 들어갈 수 있을까? 사흘 다 해야 예전 콘서트 하루 수용 인원인 건데 과연 나는 한 번이라도 갈 수 있을까?'
밸런스 게임이 유행이다. 이름에 밸런스(균형)를 달고 있는 것이 무색하게도 이 게임은 '평생 떡볶이만 먹기' vs '평생 떡볶이 안 먹기' 둘 중에 어느 쪽을 고를 것인가 같은 극과 극의 상황을 상정한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아미에게 던져진 극강의 밸런스 게임은 무엇이 있을까?
'돌출 정면 1열 좌석으로 콘서트 한 번만 가기 vs 3층 좌석으로 올콘 가기.'
돌출 무대 정면 1열은 내 가수를 육안으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자리다. 정말 누군가 나에게 이 선택을 하라고 하고 그 선택에 따라 티켓을 준다면 1번을 고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덕후의 현생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실전 티켓팅에서 나의 선택은 '자리는 상관없다, 어디든 콘서트 장에 들어가기만하면 된다!'였다.
그래서 좌석을 선택하는 창이 나오자마자 그라운드, 1층, 어디도 기웃거리지 않고 2층에서 돌출 무대를 대각선 각도 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적당한 구간을 고르는 전략으로 단 한 번의 '이선좌'(이미 선점된 좌석입니다) 메시지도 만나지 않고 3일의 콘서트 티켓을 모두 예매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티켓을 구하기 힘들다는 방탄소년단의 티켓팅으로 단련된 나의 팁을 하나 공유하자면, 꼭 가고싶은 공연일수록 좌석 창이 열렸을 때 눈에 보이는 가장 앞쪽 자리가 아니라 2~3줄 뒤쪽 좌석을 공략하는 것이다.
3회 공연의 수용인원 전체가 4만5천명인 공연에서 티켓팅에 참여한 동시접속자의 수가 20만명을 넘어가는 상황에 '이선좌' 메시지를 만나는 순간 내가 예매할 수 있는 좌석의 수는 빛의 속도로 사라진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타디움에서 하는 공연은 날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주 전부터 콘서트 기간 날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3월의 밤 기온이 싸늘하다며 옷 따뜻하게 입고 오라는 멤버들의 트위터, 위버스 메시지를 보고 옷차림을 준비한다.
콘서트 날 비가 오지는 않을까 졸였던 마음은 막상 공연 중 비가 오자 '에라 모르겠다' 내려놓고 즐기는 대변신을 보여준다. 또 다른 공연날은 오전에 비가 오더니 공연 시각이 다가오자 하늘이 개었다. 내 마음도 같이 펴졌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모든 콘서트가 추억이 된다.
그뿐인가, 콘서트 장으로 향하는 내 몸과 마음의 상태, 그날 앉은 좌석의 시야, 옆자리에 앉은 아미의 성향이 수줍은가, 옷고름 풀고 노는가,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멤버)가 누구인가에 따라 나의 콘서트 경험은 매번 새롭고 매번 다르다.
실제로 일부 곡은 콘서트 회차마다 달랐다. 같은 노래라고 해도 쌀쌀한 봄밤에 부를 때와 살짝 기온이 올라간 날 빗 속에서 방방 뛰며 부르는 날의 퍼포먼스는 다를 수밖에 없다.
공연 중 매번 하는 파도타기여도 어떤 날은 NG가 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뒤에서 앞으로 빛의 물결이 밀려오듯 성공하기도 하고, 좌우에서 시작한 파도가 딱 가운데서 만나기도 한다. 그날 그날의 공연은 가수와 팬이 상호작용하며 빚어내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다른 게 당연하다.
함성이 금지된 공연 3회차 만에 클래퍼 장인이 되어 칼박을 쪼개다가 멤버가 멘트를 시작하면 일제히 멈추는 합일의 경지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만이 느끼는 뿌듯함이다.
공연은 관객과 가수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