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콩잎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포항 죽도시장 반찬가게 짭쪼롬밥상.
경북매일 자료사진
영남에서 태어나 20~40대의 상당 기간을 서울과 호남에서 보냈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산과 바다가 인접한 한국은 적지 않은 식재료와 다양한 조리법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런 연장선에서일 것이다. 즐기는 음식도 지역마다 다르다.
경기도 사람들이 젓갈 사용을 줄여 담백한 김치 맛을 즐긴다면, 영호남인은 멸치나 갈치로 만든 젓을 듬뿍 넣은 농익은 김치를 찾는다.
전라도에선 콩국수에 설탕을 넣어 먹는데, 소금으로 간을 맞춘 콩국수를 먹어온 경상도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깜짝 놀란다.
참기름 섞은 소금에 구운 삼겹살 먹는 서울내기들은 멸치젓국에 돼지고기를 찍어 먹는 제주도민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도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바뀌고 있다.
30년 전쯤 "부친은 양념한 콩잎을 좋아한다"는 내 말에 영남 외에 다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의아해했다. "깻잎이 아닌 콩잎도 먹는 거야?"
경북 포항 죽도시장에서 3년 전부터 영업을 시작한 반찬가게 '짭쪼롬밥상'의 최고 인기 아이템은 갖은 양념에 무친 콩잎이다. 이 가게 장금순(59) 대표는 말한다.
"주변으로만 양념콩잎을 택배로 보내냐고요? 서울과 강원도는 물론, 제주도와 전라도, 심지어 서쪽 바다 건너 백령도에서도 주문이 옵니다."
고교 시절부터 TV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던 소녀는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며 1~2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반찬가게도 동시에 성장했다. 시장과 주방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 힘든 이들이 '믿고 구매해 먹을 수 있는 반찬'을 찾고 있는 것.
선호하는 반찬의 지역 간 경계도 무너졌다. 이제 양념한 콩잎은 영남 사람은 물론, 서울 사람도 좋아하고 전라도와 충청도에서도 인기다. 예전 경상도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홍어요릿집을 지금은 대구와 부산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처럼.
지역 특산물도 전화나 인터넷 메지시를 통해 주문한 다음 날이면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그러니, '동해의 대게' '서해의 조개' '강원도의 감자' '제주도의 갈치'라는 말도 무색해졌다. 손가락 하나로 요청해 내일 저녁이면 먹을 수 있는 게 지천이다.
반찬가게도 마찬가지. 장금순 대표가 만든 '짭쪼롬밥상'의 양념콩잎과 '빡빡장(강된장)'은 이제 포항만의 별미가 아니다. 백령도와 광주에 사는 이들의 따끈한 밥에도 올려지고, 비벼진다.
젊은 시절엔 여러 군데의 식당에서 주방 책임자로 일했던 장 대표가 "당신과 우리만 나눠 먹기엔 아깝다"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시장에 점포를 얻은 건 '코로나19 사태' 직후다. 그리고는, 금방 자리를 잡았다. 안착의 이유는 간명했다. 장 대표가 만들어내는 반찬이 맛있었기 때문.
- 언제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했나.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닐 때도 방학 때면 TV에서 방영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그걸 따라해 아버지께 드리곤 했다. 지금 반찬가게를 하고 있는 건 내 적성을 찾은 것이니 몸은 힘들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 '짭쪼롬밥상'에서 판매하는 반찬의 가짓수는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그걸 모두 직접 만드는 것인지.
"대략 30개쯤 된다. 그중 3~4가지는 1차로 가공된 걸 사와서 내가 2차로 양념을 더한다. 나머지 90퍼센트는 직접 만든다. IMF와 각종 전염병 파동이 있기 전에는 큰 음식점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런 시기가 거듭되면서 나를 포함한 주방 책임자들이 개인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 음식을 만드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면.
"시작하기 전부터 나와 딸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 죽도시장엔 반찬가게가 셀 수 없이 많다. 자리 잡기 위해선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조리 과정에서의 위생관리와 깔끔한 포장, 친절이 우리 가게의 무기라면 무기다. 또 하나를 더하자면, 좀 비싸더라도 재료는 항상 최고의 것을 선택해 사용한다. 좋은 식재료는 조리 시간도 줄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