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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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조해진 의원은 "누구와 가까우니까 유리하다, 힘있는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는, 그 동안 우리가 고장난 녹음기처럼 지루하게 들어온 논리"라며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는, 시대에 대한 고민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은, 나태하고 안일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권교체기마다 상투적으로 그런 주장이 반복됐지만, 그런 논리와 배경으로 선출된 지도부가 성공한 예는 한번도 없다"라며 "오히려 집권당의 종속화와 무력화, 거수기화를 통해서, 야당으로부터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판을 자초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권력을 참칭한 힘의 논리는 당내 민주주의의 숨통을 틀어막고, 야당과 불통과 대결의 절망적 구도만 심화시켰을 뿐"이라며 "우리당이 구사일생, 기사회생의 대선을 치른 지 며칠 됐다고, 벌써부터 그런 구태의연한 의식으로 퇴행한다면, 변화와 개혁, 공존과 상생의 꿈은 요원하고, 새 정부의 앞날에도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꿈꾸는 협치의 약속, 통합의 비전도 현실정치에 뿌리내려 열매 맺지 못하고 표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사전에 준비한 출마 선언문 낭독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도, 조 의원은 "이번 선거를 떠나 대선 과정에서 그런 (윤핵관) 네이밍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우려스러웠다"라며 "어떤 정치그룹에게 대중적 네이밍이 붙는 순간이 위기고 적신호"라고 꼬집었다. "최근만 하더라도 '문고리 3인방'이니 '십상시'니 하며 자기들끼리 일할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그때부터 대중적 낙인이 찍힌 것"이라며 "그 결과가 본인들에게도 안 좋았고, 모시던 분들에게도 안 좋았다"라는 지적이었다.
조 의원은 "처음에 그 네이밍이 붙을 때는 훈장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그게 주홍글씨로 순식간에 바뀌었다"라며 "그거에 대해서 왜 위기감이나 경계심이 없나, 자중하지 않나 굉장히 우려스럽다"라고 반복했다. "집권당 원내지도부 경선에까지 등장한다는 건, 청와대의 그 기조가 지금 우리 당에까지 있어야 한다는 거 아닌가?"라며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그렇게 나온다면 굉장히 적신호다. 우리 의원들이 똑같은 문제의식과 경계심을 좀 갖고 있고,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벼가 고개가 뻣뻣할 때는 속이 차지 않을 때"라며 "정말로 모시는 분에 힘이 쏠려있으면 고개가 숙여지고 허리가 숙여지고 보이지 않게 자기 역할을 한다"라고도 이야기했다. 권 의원을 원내대표로 합의 추대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당이 민주 공당인데, 그런 철 지나간, 한물간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거, 새 정부가 새롭게 출범을 앞두고 있는데 국정을 뒷받침할 집권당에서 퇴행적 이야기가 나오는 건 정말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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