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벚꽃공원 벚꽃
이숙자
남편과 나는 벤치에 앉아 옛날 추억을 더듬는다. 군산은 나에게는 낯선 도시였다. 결혼해서 남편만 바라보고 큰애 낳고 맨 처음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 온 곳도 월명공원이었다. 아이를 강보에 싸고 새댁이라 멋을 낸다고 연한 보라색 투피스를 입고 꽃나무 그늘에 앉아 음료수를 마셨던 기억이 또렷이 생각이 난다. 정말 몇십 년 된
추억이 되살아나 마음이 아련해진다.
이쪽은 산책코스와는 달리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서 그런지 더욱 사람이 없고 조용하다. 수시탑을 오르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데 동백나무 숲속에서 새소리만 요란하다. 아마도 동박새가 울고 있나 보다. 동박새는 동백꽃 꿀을 좋아하는 새라고 한다.
꽃은 만발하고 남편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니 마치 젊은 날 데이트하는 기분이다. 사실은 잘 넘어지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손을 잡아 주는 것인데, 모르는 분들이 보면 뭐라 할까. 오랜 세월 곁에 있던 딸들을 다 떠나고 노부부가 된 우리는 옛 추억을 더듬으며 꽃길을 걷고 있다. 그네도 타면서 아주 여유 넘치는 꽃놀이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