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가녀린 연초록 나뭇잎들이 꽃보다 아름다운 계절, 서울 둔촌동 서울중앙보훈병원 정원에 모처럼 환한 미소가 번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넘게 유지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첫날인 18일 낮 2시, 생존해 계신 유일한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애국지사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았다. 병원 출입은 자유로웠지만, 병실 출입은 아직 제한적이며 혹시 모를 감염을 우려해 훨체어를 탄 상태로 보훈병원 정원에서 개별 면회를 했다. 큰사진보기 ▲오희옥 지사 1 연초록 나뭇잎이 꽃보다 아름다운 서울중앙보훈병원 정원에서 오희옥 지사(가운데), 왼쪽은 기자, 오른쪽은 아드님이윤옥 그간 2년여 코로나 상태에서도 두어 달에 한 번씩 병원 로비에서 면회하고 왔으나 지난 12월부터 갑자기 확산한 오미크론 변이로 일체 면회가 허용되지 않아 이번 면회는 4개월 만이다. 올해 연세 96세, 돌아오는 5월 2일(음력 4월 3일)이 생신이니 만으로 95세의 연세임에도 옛 광복군 시절의 정신이 오롯이 남아있는 모습에 다소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뜻밖에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나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면회 단절 등 환자들의 입원 생활에도 코로나19는 크나큰 장애물이었다. 지난 넉 달 동안 오미크론 재확산 시기에 어머님(오희옥 지사)의 근황을 함께한 아들 김흥태씨에게 물었다. 큰사진보기 ▲오희옥 2며느님과 함께 가위바위보를 하는 오희옥 지사이윤옥 "코로나19 때는 병원 로비에서 면회가 허용됐으나 무서운 속도로 재확산된 오미크론이 확산하는 동안에는 가족들의 면회조차도 일절 금지돼 하는 수 없이 아침과 저녁 영상통화를 이용했습니다. 간병사의 간호를 24시간 받고 있는 어머니는 가족과의 영상통화 시간을 날마다 기다리고 계셨으며 저와 가족들은 최대한 이 시간을 이용하여 어머니께서 정신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이슈는 물론이고 날씨라든가 코로나 상황, 가족들의 근황 등등을 실시간으로 알려드렸습니다. 콧줄 영양(코에다 튜브를 끼어 영양을 공급하는 것)을 하는 상태라 긴 대화는 어렵지만 짧은 대화와 펜글씨 등으로 제 생각을 표현하셔서 어렵지 않게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의 면회가 금지돼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루도 빼지 않고 동영상 대화를 나눈 것이 큰 힘이 대신 듯합니다. 고령임에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가족들과 소통하고 계심에 감사드립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진지 올해로 5년째 접어드는 오희옥 지사는 병원에서 늘 "봄이 되면 집에 가고 싶다"라는 말씀을 입에 달고 사셨다. 이제 다시 맞이한 봄! 코로나19의 거리두기도 완화된 상황이지만 그토록 원하던 '집으로의 귀가'는 녹록지 않은 상태다. 돌아가야 할 집이 헐릴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집이 헐릴 위기라고?" 묻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시대의 유일한 여성 생존 애국지사의 집이 곧 헐릴 예정이다. 큰사진보기 ▲오희옥 지사가 쓴 글씨 오희옥 지사가 '봄에 집에 간다'고 쓴 글씨 이윤옥 용인시 처인구 보개원삼로 1640-2번지에 있는 오희옥 지사 집은 '독립유공자의 집'으로 해주 오씨 문중이 땅을 제공하고 용인시 그리고 재능기부 기관과 시민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지은 집으로 지난 2018년 3월 1일 준공 테이프를 끊었다. 그러나 꿈에도 그리던 고향땅에서의 정착을 하기도 전에 오희옥 지사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중, 원삼면 일대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SK하이닉스·SK건설·용인일반산업단지(주) 등 6개 기관, 아래 'SK하이닉스')이 들어선다는 계획 때문에 오희옥 지사의 집이 아무런 대책 없이 헐릴 위기에 놓였다. 적어도 지난 연말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현재는 이전 계획이 잡혀있는 상태다. "오희옥 지사께서 광복군에 투신한 것은 일반 광복군 출신들과는 다른 각도로 봐야 합니다. 오희옥 지사는 14세 어린 나이에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한 뒤 광복군에 편입한 분으로 그 투철한 독립정신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영원한 표상이 되고도 남는 일이지요. 이러한 애국지사께서 머물 집이 헐리기 직전인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퇴원하셔서 입주할 주거 대책이 시급합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30일, 헐릴 위기의 오희옥 지사 집을 방문했던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 이형진 회장이 한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오희옥 지사의 새로운 집 건축에 대한 진전은 어떤지 아들에게 물어봤다. 큰사진보기 ▲오희옥 지사 집이 헐릴 위기아무런 대책없이 오희옥 지사 집이 헐릴 위기에 놓이자 지난 연말에 오희옥 지사 집에 내걸린 펼침막 이윤옥 "그간 관련 기관 등과의 소통이 있었습니다. 주택의 이전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할 예정으로 잡혀있으나 여건이 허락된다면 좀 더 앞당겨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머니께서 퇴원하여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집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기존 집이 헐리기 전까지 코로나 상황을 봐가면서 주말만이라도 집으로 모시고 와서 가족들과 보내시게 해 정신적인 안정을 찾아 드리고 싶습니다. 평일은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하셔야 해서 주말만이라도 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신다면 정신적인 안정감을 찾으실 겁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문제 제기를 후손과 시민단체가 'SK하이닉스' 측에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묵묵부답 상태였다는 사실이다. 보다 못한 용인시 시민단체들이 방송과 언론 등에 이 소식을 전했고 또한 지난해 12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슬픈 대한민국의 오늘(3대독립운동가 주택 철거 방치)'라는 제목으로 청원글까지 올리는 등의 수고를 거쳐 겨우 오희옥 지사의 집을 이전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것도 잘해야 내년 완공이니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기자로서는 너무 늦다는 생각이다. 더 앞당길 수는 없는 것인가? 고령의 애국지사가 살아생전에 하루라도 더 편안하게 내집에서 휴식할 수 있게 하는 길이 그렇게도 멀고 험하단 말인가! 큰사진보기 ▲오희옥 지사 3시민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지은 집 앞에서 건강한 모습의 오희옥 지사 (2018년 3월) , 그러나 이 집은 대단위 공장 건설로 헐릴 예정이다. .이윤옥 올해 들어 광복군으로 활약한 이영수 애국지사를 비롯하여 세 분이 돌아가셔서 생존 애국지사는 11명(국내 9명, 국외 2명)만이 남았다. 지난 4월 11일 9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이영수 지사는 경북 고령 출신으로 1944년 10월 광복군 제3지대에 입대하여 일본군 내 한국인 병사들을 광복군으로 끌어들이는 '초모(招募)공작' 임무를 수행했다. 오희옥 지사는 생존 애국지사 가운데 유일한 여성독립운동가다. 살아계셨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그리고 남은 생을 불편하지 않게 모시는 것이 위대한 독립운동가들의 후손 된 우리들의 책무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우리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희옥 #여성독립운동가 #독립운동 추천8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이윤옥 (koya26) 내방 구독하기 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이 기자의 최신기사 "오늘날 널리 쓰는 한글왜말은 우리말 아니다"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단독] "가면 뒈진다" 명태균, "청와대 터 흉지" 글도 써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AD AD AD 인기기사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4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5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생존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다시 맞은 봄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수백억 쏟아 붓고도 무려 '13년째 공사중'인 시설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8년 전 "박근혜 퇴진" 외쳤던 서울대 교수 "윤석열 훨씬 심각"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