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녹색연합
지난 3월 4일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로 많은 이재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산불이 꺼진 지 한 달도 넘었지만 아직도 진화에 참여했던 분들 중 일부는 트라우마로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산림청과 지자체 공무원들은 산불이 쓸고 간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 재해방지와 산림복원사업을 준비하느라 미처 쉴 틈이 없다.
본인은 1996년 강원도 고성 산불피해지, 2000년 동해안 산불피해지, 2003년청양·예산 산불피해지를 누비며 복구계획을 세웠고, 이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이들 지역의 산림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해온 산림학자이다. 그렇다 보니 산불이 날 때마다 더 안타까운 심정으로 진화와 복구·복원 과정을 지켜봐 왔다.
올해도 울진 산불 이후 여러 분야에서 많은 분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산불의 원인과 복구·복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평생 산불현장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미력하나마 최근 산불피해지 복구·복원에 대한 나의 견해를 덧붙이고자 한다.
미국, 국립공원과 일반 산림 관리하는 방법 전혀 달라
산림생태계는 그 구조와 기능이 아주 복잡하다. 옛 선인들은 수화목금토(水火木金土) 다섯 가지를 자연을 구성하고 변화시키는 중요한 인자로 지목해 왔다. 즉 불도 자연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하나의 인자로 본 것이다. 인간은 불을 사용함으로써 자연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고 집단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불이 요즘은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바로 산불 때문이다. 과거 산불건수가 적고 피해규모가 작을 때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기후변화로 산불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산불은 우리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특히 노년기 지형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지형이 복잡하고 구릉지가 많은 데다 순간 경사가 급한 절험지가 많아 산불의 진행속도가 평지의 16배까지도 빨라진다.
산불피해지 자연복원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예로 드는 경우가 많다. 1988년 산불 당시 미국의 산불관리정책은 자연 발화된 산불은 자연적으로 꺼질 때까지 방치하는 것이었는데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 불타는 것을 볼 수 없었던지 당국이 진화에 나섰고 전체 면적의 36%가 불탔다.
그 후 불탄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자연복원의 과정을 거쳐 숲은 다시 롯지폴 소나무림으로 복원되어 갔다. 그 수종만이 지역 환경에 맞는 수종이었으며 이렇게 산불은 빽빽한 숲을 세대교체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도 국립공원과 일반 산림을 관리하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 국립공원이 아닌 경제림을 목적으로 하는 산림지역은 철저하게 산불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고 복원방법에서도 경영목표에 따라 다른 방법을 적용한다.
산불피해지 복원, 산림의 피해 정도와 산림관리 목적에 따라 결정해야
울진 산불피해지는 목재생산과 송이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림 지역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보호지역, 도로나 농경지 주변 생활림 등 다양한 산림이 분포한다. 피해지는 수목의 피해 정도(심, 중, 경)에 따라 복원 방법이 달리 정해진다. 즉 피해가 약한 지표화 지역은 자연복원을 우선하고 피해가 심한 지역은 맹아 발생량에 따라 헥타르 당 맹아본수가 3천 본이 넘으면 자연복원, 그렇지 않으면 인공조림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도시 주변이나 도로변 같은 곳에는 경관조림을 실시한다. 경관조림은 모자이크상으로 구획하여 수종을 달리 심는 방법으로 밤나무 같은 유실수나 벚나무 같은 꽃나무들을 주로 심는데 산불의 관점에서 산림화재가 도시화재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주는 방화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산불피해지 복원은 자연복원이냐 인공복원이냐 하는 이분법적 논리가 아닌 해당 산림의 피해 정도와 산림관리 목적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의 경우 5년간의 복원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였다. 이처럼 울진 산불피해지도 지역주민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체계적인 복원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산불이 다 꺼지고 나면 산불로 인한 피해액 산정과 산사태 위험지역 조사가 우선 이루어진다. 산사태 위험지역은 사방 전문가들의 정밀 진단 결과에 따라 가급적 장마철 이전까지 피해목을 벌채하고 사방사업을 실시한다. 물이 모이는 유역이 큰 지역에는 사방댐을 설치하여 토석류에 의한 피해를 줄이고 유역이 작은 지역은 석축쌓기나 골막이 등을 실시한다. 지반이 무너질 우려가 있는 사면에는 물길을 내거나 나무를 심기도 한다.
2018년 강릉 산불 당시 마을이나 민가 주변에 배수로와 축대 쌓기를 한 결과 주민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던 것을 기억한다. 산불피해목을 방치할 경우에는 넘어지거나 병해충 발생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생활권 주변의 불탄 피해목은 안전이나 경관 등을 고려해 긴급 벌채를 하게 된다.
울진의 산림을 이야기할 때 송이산을 빼놓을 수 없다. 가을철 산에 올라가 송이 한 짐을 따면 대학 등록금이 해결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1킬로그램에 30만 원을 호가하니 지역 주민들에게는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송이산은 자식한테도 안 가르쳐 준다는 말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송이는 소나무와 공생관계를 이루며 살아가기 때문에 소나무숲이 꼭 있어야 하고 토양이 비교적 척박하여 송이균이 잘 번질 수 있는 산복부 이상의 지대에서만 송이가 난다. 송이의 생태적 특성이 모두 밝혀지지 않아 정확성은 부족하지만 흔히 30~70년생 소나무림에서 자실체인 송이를 많이 채취할 수 있다고 한다.
송이산 관리를 위해 소나무 아래 자라는 활엽수나 관목류는 제거해 준다. 햇빛이 숲바닥에 도달해야 송이의 좋은 서식지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송이 복원을 위한 소나무 조림은 1996년 고성 산불 이후 시작되었다. 그 이전에는 소나무의 솔잎혹파리 피해가 너무 심하다 보니 소나무 심기를 모두 꺼렸기 때문이다.
산불확산 억제 방안, 방화선에서 내화수림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