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산책 책방그리기초등어린이들이 책방그리기활동에 참여해서 즐거워했다
박향숙
옆집의 마술사팀(문태현 마술사)은 마술도구와 마술시범을 보였다. 그림그리기는 아이들만 호기심을 보였는데, 마술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신기해했다. 마술시범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어도 어떻게 동전이 사라졌는지, 어떻게 카드가 정렬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마술이야말로 현실이 아닌 꿈을 꾸는 동화 속 세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한 달간 급하게 준비하고 기관과 작가간에 협의해야 하는 과정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지만 행사가 실제로 오픈되고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즐겁게 임해주셔서 기뻤습니다. 시작은 부족했지만 이를 계기로 다음은 더 나은 모습이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아랫집의 한복공예팀 아울(이현미 작가)에서는 전통한복을 변형한 작품, 천연염색 스카프, 연포보자기, 매듭목걸이 등을 선보였다. 특히 다포보자기에 바느질을 하는 작가의 모습은 친정엄마가 이불을 홀치는 모습이 생각나서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싶었다.
"저희팀은 결과보다 과정에 감사한 하루였어요. 무슨 물건을 팔지도 모르겠고 상품 만들 시간도 부족했거든요. 마을에 오는 관광객들이 적어서 처음 계획했던 한복입기 체험을 못했어요. 다음에는 상품판매보다 체험위주의 문화활동을 하는 것으로 기획할 거예요. 손수건 천연염색, 한복입고 마을돌기 등을 통해 사진도 찍고 여행지에 온 분위기로 이끌고 싶어요."
사실 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세간의 소리를 적지 않게 들었다. 군산시가 말랭이마을을 조성하면서 쓰인 많은 예산과 마을 조성 후 침체기로 이어진 마을의 모습은 마을인에게 많은 실망을 주었다고 했다. 또한 입주작가들에게 바라는 각도 역시 시의 부처 담당자마다 달랐다. 누구 말을 따라야 하는지, 왜 따라가야만 하는지, 공모에 통과한 것이 특별한 혜택을 받은 건지 등 많은 부분이 혼동스러웠다.
일부 지역언론에서는 '말랭이마을 입주작가 레지던스 운영 제자리걸음' 등의 제목으로 시민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문화마을 구성의 원 취지인 주민과 입주민, 또 방문객들과의 문화적 소통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운영규정, 매뉴얼강화, 현장인력 역할 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기사화됐다. 입주 후 지난 3월까지 잠자는 듯이 보이는 구성원들을 향한 쓴소리 같았다. 매일 책방을 열고서 가장 활동적으로 보이는 나 역시도 여러가지 불평도 했고 마음만 답답했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울수록 본질을 보려고 노력해야 했다. 입주작가들을 통한 젊은 감각과 누적된 시간으로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진 마을이 어떻게 하면 조화를 이루어 서로 공생할지 생각했다. 가능하면 마을 어르신들과의 접촉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개량된 집 이외에도 아직도 빈집 빈터로 남아 있는 곳을 보면서 그곳의 체취를 느끼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