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4월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4월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 발표와 관련하여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유는 이번 발표 내용이 대선공약과 비교했을 때 너무 후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약을 복기해 보면 아래와 같았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기존 정부안(방역 지원금)과 별개로 600만 원을 추가하여 최대 1000만 원을 지원하겠다.'
윤석열 당선자는 대선 유세현장에서는 물론, 대선 후보 간 토론회에서도 분명히 위와 같이 밝혔다. 즉, 현 정부의 '방역 지원금'은 (1차 100만 원, 2차 300만 원) 부족하니 자신이 당선되면 바로 600만 원을 더 얹어 주겠다고 밝힌 것이다. 소상공인들 또한 이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수위가 발표한 내용은 이와 많이 달랐다.
이번 로드맵 발표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무조건 600만 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손실 정도를 따져 '차등 지급' 하기로 했다며, 따라서 상황에 따라 최대 600만 원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상황에 따라서는 600만 원이 아니라 60만 원 또는 6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까지 세부사항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려진 바 없다. 일단 여기서 소상공인들의 마음이 크게 상했다.
더욱이 대선공약집을 통해 발표한 일명 '코로나19 손실보상 3대 패키지'에서는 지난해 7월 이전의 손실에 대해서도 소급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선 '피해 보상 소급적용'을 쏙 뺐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과학적 추계가 보지 못하는 것들
서울시 모 지역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A씨의 사연은 정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의 국수 가게는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영업 제한에 피해를 보았던 대표적인 접객 전문업소였다.
"코로나 이후 매출이 30% 이상은 떨어졌어요. 국수는 늦은 시간까지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대표적 요깃거리거든요. 그런데 늦은 시간대에 영업을 못 하니 타격을 받은 거죠. 그래서 작년 4월 호구지책으로 없는 돈 끌어모아 만두 기술을 배우고 필요한 주방 기물도 구매해서 만두를 국수와 같이 팔았죠. 코로나 이전 매출은 회복 못 했지만, 재작년보다는 매출이 올라갔어요. 이 때문에 손실보상에서 제외되었어요. 더군다나 이전 손실은 소급적용이 안 되잖아요. 그러니 방역지원금만 받고 손실보상금은 전혀 못 받은 거죠.
그런데 우리 가게 근처 배달 전문 치킨점은 이번 코로나 기간 중 장사가 잘 됐거든요. 근데 그 가게 배달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다 그만둔 거예요. 그래서 매출이 떨어졌죠. 덕분에(?) 거긴 손실보상을 받았어요. 코로나로 매출 떨어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누군가는 어쨌든 매출이 올랐으니 못 받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어요. 망한 사람도 부지기수인데 그것도 감지덕지하라는 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기분이 언짢은 거예요. 새로운 메뉴에 들어간 돈과 시간, 에너지를 따지면 현실은 마이너스거든요. 이번 영업 제한만 아니었으면 굳이 힘들게 만두를 추가하지 않았을 겁니다.
영업 제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발버둥친 나는 대상자가 아니라고 하고, 코로나가 아닌 내부 사정으로 매출 떨어진 사람은 보상금을 주니 억울한 기분은 어쩔 수 없죠. 그나마 이번 대선 때 후보들 모두가 앞다투어 피해 소상공인들 지원해 주겠다고 해서 사실 그걸 기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28일 발표한 것 보니 허탈하더군요.
이번에 발표한 '피해지원금'은 방역협조에 대한 지원금인데도 손실 규모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면 난 또 대상이 안 될 것이고 이전 손실에 대한 소급적용은 아예 언급도 안 됐으니 모든 기대가 물거품이 된 거죠."
한 편의 '부조리극'과 같은 국수 가게 사장 A씨와 그의 이웃 치킨점의 사례는 사실 소상공인 업계에서 드물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설사 '알파고'를 동원해 과학적 추계를 한들 '온전한 손실보상'이란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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