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밥 잎을 씹으면 신맛이 난다고 해서 시금초라고 한다.
안준철
그만큼 오월 아침 햇살 세례가 좋았던 것인데, 그러다가 그 햇살을 사진기에 담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근데 햇살을 어떻게 찍지? 나는 바람을 그리고 싶은 화가처럼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가 무슨 계시처럼 오솔길 바닥에 드리워진 나무 그림자에 눈이 갔던 것!
아, 그늘이 있어서 예쁜 햇살 무늬도 생기는구나! 햇살 혼자서는 아무 무늬도 만들지 못하는구나! 우리의 삶도 기쁨과 슬픔, 고통과 행복이 함께 어우러져야 저런 아름다운 무늬가 생기겠구나!
대단한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땅바닥을 향해 셔터를 열심히 눌러대고 있을 때 할머니의 음성이 귀에 들려왔던 것이다.
"땅에다 대고 뭘 찍수?"
"햇살 찍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