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치러지는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이틀째인 13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가 19일 앞으로 다가왔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부산의 한 기초의원 2인 선거구에서 출사표를 던진 A후보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지만, 6월 1일 당선증을 받을 예정이다. 지방선거 후보자 신청 마감 결과 2명만 등록했기 때문이다. 이 선거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1명씩 출마했다. 두당 외에 다른 당, 무소속 경쟁자는 없었다.
부산에서 A후보와 같이 벌써 당선이 결정된 후보자는 부산진구, 남구, 북구, 해운대구 등 14곳에서 모두 28명.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33명이 투표 없이 결과가 확정됐다. 이는 지난 2018년 부산 지방선거(10명)와 비교하면 무려 세배가 늘어난 수치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 무투표 당선은 마냥 행운일까
지방선거 경쟁률 1.8대 1, 무투표 당선 494명. 본선 등록이 끝난 지난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숫자다. 전국 313개 지역구, 주로 영·호남에서 자동으로 당선된 후보가 쏟아졌다. 경북 예천군·대구 달서구(국민의힘), 전남 해남군·보성군·광주 광산구(민주당) 등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무투표 당선자가 5명이나 나왔다.
무투표 당선은 의원정수와 후보자 수가 같아 선거운동 없이 당선이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공직선거법 190조는 본선 등록에서 후보자가 선거구의 의원정수를 넘지 않으면 선거일 당선을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도 "해당 선거구는 투표를 실시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과거와 비교해 경쟁률은 매우 낮아졌고, 무투표 당선 사례는 급증했다. 지금까지 역대 최저 경쟁률은 2014년과 2018년인 6회·7회 지방선거로 2.3대 1이었다. 그러나 8회 지방선거는 1.8대 1을 기록하며 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무투표 당선자는 최근 20년 새 가장 많다. 가까운 4년 전 지방선거(86명)보다는 5배나 증가했다.
민주주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은 특정 정당으로 쏠림 현상이 강하다는 뜻이다. 거대 양당 중심으로 선거가 전개되면서 다른 출마 시도가 사실상 봉쇄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당제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딴판인 셈이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아예 출마 거부로 반발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정의당 부산시당은 부산시의회의 선거구 쪼개기를 비판하며 유일한 4인 선거구였던 기장군 다선거구에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검증없는 당선도 문제다. 무투표 당선자들은 유권자의 검증과 선택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앞서 KBS가 7회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31.4%가 전과가 있었고, 이 중 전과기록이 3회 이상인 5명은 상습도박·사기 등의 범죄로 처벌을 받았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사례도 11명이나 됐다. 이들은 모두 선거 검증을 피해갔다.
시민단체는 "거대 양당의 공천에 풀뿌리 민주주의가 좌지우지되는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양당 구조 고착"을 비판한 양미숙 정치개혁부산행동 집행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민의 선택이 아닌 정당에만 잘 보이면 당선인데, 이는 민주주의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이들이 출마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