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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서울길 1구간, 서울시 의원회관 앞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5월 1일 서울길 1구간(서울시의회~국회의사당)이 시작되는 서울시 의원회관 뜰 앞.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는 원경O(여), 금용O(남)씨. "노무현 정신을 계속 이어가고 알리고 싶어 참여했다"는, 예순을 앞둔 이들 부부는 "없어서 서럽지 않고 가진 거 없어도 희망을 안고 살 수 있는 사람 사는 세상"을 노무현 정신이라고 정의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집세, 공과금 내고 나면 생활을 못한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너무나 속상하다는 원씨는 "56만 원이 더 있으면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다는데... 없어도 남 눈치 보지 않고 배고파도 굴하지 않게, 나라가 이들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이젠 국가와 사회가 이들을 도와줘야 하고 가진 이들이 없는 이들을 찍어 내리는 세상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부는 올해 4년째 순례길에 참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마다 힘이 든다. 하지만 걷다 지치면 전철이나 기차를 타면 될 일"이라며 "젊은이들이 기죽지 않고 하고 싶은 것 하고 서럽지 않게 해 줘야 한다. 일각에서는 무료급식, 무료등록금 등을 포퓰리즘이라며 기를 쓰고 반대하지만 사실은 복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 나누며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는 부부는 "왜 이 길을 걷느냐"는 거듭되는 질문에 "우린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며 발길을 내디뎠다.
현직 교사 현유O(여, 60, 서울)씨. 노무현을 너무 존경해 후원활동도 한다는 그는 "요즘 정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도 속상하고 슬퍼서,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노무현 정신이라 단언했다.
현씨와 함께 온 곽수O(50대, 여)는 노무현을 생각하면 '공정과 정의' '선과 악'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를 시대정신으로 명명하며 "노무현을 생각하며 이런 가치를 알리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했다.
66세의 김아무개(고양시)씨는 "공정과 상식을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아들, 초등학교 4학년 딸, 아내와 함께 참여한 최용O(40대, 서울)씨는 "다같이 함께 사는 가치가 그립고 이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동참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들이 2009년 5월에 태어났지만 수일 후 노무현이 세상을 떠났던 터라 최씨 부부에게는 남다른 5월이라고 했다.
수원, 용인, 화성에서 왔다는 40~50대의 여성 세 명.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같은 국토대장정이 있음을 알고 참여했다고 했다. 민주당 당원이기도 하다는 이들은 "선하게 세상을 바꾸는 게 노무현 정신이다. 그는 깨어있는 시민, 기득권을 깨는 자세 등 소시민의 정신적 가치를 부여하고 떠났다"며 "나이가 들면서 이제 와서, 그러한 가치들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서거 13주년을 추모도 하고 그의 가치도 공유하고 싶어서 왔고 참여한 것이 뿌듯하다"면서 "앞으로도 노무현 정신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딸과 함께 참여했다는 50대 여성. 노무현 재단 개미 후원자이기도 하다는 그 역시 첫 참여라고 했다. "'깨어있는 시민'이 노무현 정신"이라며 "이러한 정신을 공유하기 위해 딸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양희O(40대, 서울) 씨는 "(노무현 대통령은) 수많은 패배와 좌절을 딛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셨고 퇴임 후에도 온갖 적폐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노무현 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 주셨다"며 "그 뜻을 가슴 깊이 새기고 싶어 참가했다"고 전했다.
노무현의 시대정신을 묻는 말에 김명O(50대, 경기) 씨는 "사람사는 세상, 깨어있는 시민 외에는 딱히 무엇이 생각나거나 중요한 어떤 것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 모두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나름의 생각으로 저마다 의미를 담고, 처음이건 여러 번이건 한 구간이건 다구간이건 지금 이 길을 함께 걷는 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수년째 참가하고 있다는 배아무개(여, 경기)씨는 "정의와 공정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선택적 옹호로, 부정과 불공정으로 둔갑돼 가는 약 2년간 답답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 답답한 마음을 그리움과 반가움으로 둔갑시켜 저는 걷고 또 걷고 싶다"면서 노무현과 그의 시대정신을 갈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