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크게 벌리고 큰 소리로 노래 부르세요. 틀려도 괜찮습니다"라고 말씀 하시는 멋진 송희태 선생님!
문세경
며칠 전, 내가 후원하고 있는 단체의 카톡방에 "마을을 생각하고 함께 노래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관심 있는 사람은 신청을 바란다"는 글이 올라왔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마을합창단을 만들어 노래 부르고 공연하고 악기를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곧이어 주최 측에서 덧붙였다.
"합창단을 꾸려야 해서 부득이하게 오디션을 보려고 합니다. 장르는 정하지 않습니다. 부르고 싶은 노래를 정하시고, 왜 그 노래를 선택했는지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신청할까? 말까?' 나는 5초 동안 망설였다. 5초 후,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신청서가 접수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한다. 사흘 후에 '오디션'에서 부를 곡명을 정하는 일만 남았다.
음치가 음치를 들키지 않고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무엇이 있을까. 머리를 굴렸지만 어떤 노래를 불러도 내 음은 맞지 않는다는 걸 또 잊어버렸다. 결국 부르기 쉬운 동요, '오빠 생각'을 부르기로 했다.
오디션 당일이 되었다. 낯선 사람이 많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치고 각자가 정한 노래를 한 곡씩 불렀다. 다들 잘 불렀다. 내 차례가 왔다. 떨리지는 않았지만 차마 노래를 부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디 가서 노래 부르지 말라는 남편 말도 생각났다. 그냥 포기할까, 하는데 옆사람이 내 마음을 귀신같이 알고 말했다. "어서 노래하시죠."
한 차례 구겨진 체면이 더 구겨지기 전에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오빠 생각'을 불렀다. 서울 가신 오빠를 애타게 기다리는 여동생의 슬픔을 담아 '오빠 생각'을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내겐 박자와 음정이 맞느냐 안 맞느냐가 더 중요했다. "비이~단 구~우~두 사 가지고 오~오~신 다아~더니~~~" 혼신을 다해 마지막 구절을 불렀다. 노래를 마치자, 합창을 이끌어갈 강사가 말했다.
"노래 못 부른다는 것은 엄살이었네요. 잘 부르셨어요.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강사의 피드백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확신에 찬 얼굴로 자신을 따라오라는 말이었다. "따라오라"는 네 마디 말은 노래를 잘 불렀다는 말보다 몇 배는 더 반가운 소리였다.
강사는 노래를 못 부르는 한 중생을 구했다. 우주 최고의 음치를 버리지 않았다. 이번 마을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의 백미를 꼽으라면 단연코 최고의 강사를 섭외했다는 것으로 하겠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