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중에 시화엽서를 읽는 어르신밥 한 숟가락에 시 한 줄을 반찬으로...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향숙
엽서만 나눠주는 것이 왠지 허전해서 올해부터는 시화엽서동아리 '책방향기' 팀이 직접 밥을 준비하는 현장에 나간다. 지난 5월부터 최소 한 달에 한 번씩 나운종합복지관 급식소에서 점심밥을 준비한다. '한 끼 식사를 위한 대장정이 어떻게 시작되는 줄 미리 알았더라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을 것이다'라고 지인들이 말할 정도로 정말 쉬지 않고 식사 준비를 한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도시락을 준비하는 활동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분주하다. 나운종합복지관에서 급식을 받는 분들은 평균 350여 명이다. 군산에서 가장 많은 수혜자들이 있는 곳이어서 영양사를 비롯한 봉사자들의 수가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이다.
날이 길어져서 그런지 어르신들은 새벽부터 급식관 주변에 나와서 기다리신다. 이제는 낯이 익어서 인사를 드리면 응대해 주시고, 어떤 분은 먼저 '엽서 주는 사람이네'라고 말씀하신다.
이날 제공되는 식사 메뉴를 보고 봉사자들은 말했다. 밥과 반찬이 모자랄 수 있으니 넉넉히 해야 한다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반찬이 나온다는 뜻이다. 오늘도 영양 만점인 닭볶음과 싱싱한 참나물, 동태국 등이 선보였다. 반찬을 만드는 일은 조리사들의 역할이라 봉사자들은 각종 음식에 들어갈 양념을 준비한다. 먹을 사람의 수가 많으니 손놀림도 빨라야 한다.
특히 밥을 드실 어른들의 치아와 건강상태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리사가 지도한다. 각종 양념으로 들어가는 재료의 길이는 4-5cm를 넘기면 안 된다 하고, 닭볶음탕에 들어가는 닭의 뼈 하나도 꼼꼼히 확인해야 된다고 말했다. 한 가지 일이 끝나면 바로바로 뜨거운 물에 소독을 하는 등 위생이 매우 철저함을 알았다. 말해 주는 모든 것들이 배울 거리다.
식사 배정 시간이 되면 봉사자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 선다. 밥 푸는 일이 내 몫이 되어서 커다란 밥 뚜껑을 여니 '이렇게 고슬고슬한 밥이 또 있으랴' 싶은 밥이 보였다. 어느새 길게 줄 서 있는 어르신들 역시 밥 냄새에 혹 했는지, 흑쌀과 콩을 잘 섞어야 한다는 주문이 들어왔다. 난 무조건 '네'라고 답하고 부지런히 밥을 매만졌다.
"어서오세요. 아버님, 밥 더 드릴까요? 맛있게 드세요" 등의 멘트를 날린다. "더 많이 줘. 식판 빈 곳을 채워줘. 난 콩을 좋아해. 아니 그만하면 됐어" 등의 응답이 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봉사자들의 인사에 친절하게 답한다. 어떤 분은 살짝 농담도 하신다.
"밥값도 못했으니 조금만 주시오."
"더 드셔야 밥값하실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맛있게 드세요."
나의 웃음에 당신이 내게 웃음을 선물했다고 하시며 지나 가신다. 참으로 정 많은 분이다.
급식소에 퍼진 '책방향기'에 한 솥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