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국가 보물로 지정된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금동신발 중 유일하게 용머리가 장식되어 있다
문화재청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인생의 무상과 허무를 표현하는 말로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간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옛 고승의 선시(禪詩)처럼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 빈 손으로 태어났으니 죽을 때도 일생 동안 모아 놓은 모든 것들을 버리고 빈 손으로 죽음을 맞는다. 그렇기에 망자들이 세상과 작별할 때 마지막으로 입는 옷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
우리에게 죽음 이후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래서일까. 동서고금의 종교와 철학은 '죽음' 그 너머의 세계를 화두로 삼고 있다. 태생적 결핍과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누구라도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은 채 유순하게 죽음의 강을 건넌다.
하지만 절대적인 부와 권력을 가졌던 사람들은 '영원과 불멸'을 염원하며 이승에서 누렸던 풍요로운 삶을 저승까지도 무한하게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국가 왕들의 무덤에서 발견된 부장품들은 죽음이란 단순히 이승의 끝이 아니라 저승이라는 사후 세계로 가는 새로운 관문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