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송분교 어린이와 할머니 학생들이 자신들이 학교에서 기르는 누에를 살피고 있다.
최방식
경기 양평 양동초교 고송분교는 교사가 셋이니 1명이 두 학년을 담당한다. 자연스럽게 6개 학년이 3개 학년으로 통합돼 운영되는 셈이다. 예체능과 체험학습 등은 전 학년이 함께할 때가 많다. 할머니 4명과 어린이 10명 학생들은, 서로 분리됐다 뒤섞이기를 반복하며 공부에 열심이다.
이 곳에서는 특히 체험학습이 다양하게 이뤄지는데, 교사나 학생 누구든 제안하고 사람이 모이면 시행한다. 그 중 하나가 닭 기르기였다. 이 곳의 홍명희 교사(44)가 닭 네 마리를 작년에 분양해 온 뒤 벌써 9마리로 늘어났다. 양계장은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만들었다. 일과 시간에는 학교 안에 풀어놓고 저녁이면 안전한 닭장에서 재운 뒤, 달걀은 학부모 등 지역사회에 판매한다.
누에를 키우는 것도 한 할머니 학생이 제안해서 이뤄졌다. 누에 기르는 부업을 하는 '뚱뚱'이라는 별명의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학생 한명이 학교에서 누에 백여 마리를 기르고 있고, 교사 한명도 집에서 따로 기른다. 아이들은 애벌레를 손등에 올려놓고 '예쁘다', '귀엽다'고 연발한다.
분교장이자 5~6학년 담임인 이문식 교사(45)가 운동장 한 귀퉁이에서 풀을 뽑다 기자를 반긴다. 나무 그늘로 안내하며 이마의 땀을 닦고는 겸연쩍게 웃었다. 학생들이 적다보니 운동장에 풀이 잘 자란다며, 예초기 사용권고를 마다하고 자신이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뽑는다고 했다.
"두 학년을 함께 공부시키다보니 학력이 떨어질 순 있지만, 리더십을 키우는 등 인성교육에는 유리하죠. 아이들이 몇 안 돼 사회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학생이 줄어들어 미래가 걱정이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죠. 휴·폐교 걱정에 입학령 아이들 뿐 아니라 출산 소식까지 예사로 흘리지 않습니다. 내년 4명이 입학 대기 중(현재 유치원생)이고, 올해 3명 출산 소식을 접했답니다."
여든 벌 할머니 학생 넷의 '유쾌한 수다'
양평군 작은학교는 원래 정배와 고송 분교, 이렇게 둘이었다. 전원마을로 유명세를 띄며 서울서 아이들이 많이 내려온 정배는 다시 초등학교로 승격했다. 이제 하나 남은 분교 고송. 사람과 생명을 존중하며 세대간 소통을 잘하는 인성교육으로 교사와 학생 그리고 지역사회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등이나 부자, 또는 최고가 아닌 사람들의 소박한 삶과 꿈을 실현할 교육. 대량 생산소비 대중사회에 치여 빛을 잃어가는 작은 것들. 지속가능한 사회를 떠받칠 소중한 인성을 길러줄 작은학교. 파괴되고 멍들어가는 현대사회의 희망으로 에른스트 슈마허(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꼽은 것이다.
할머니 학생들의 한글수업에 잠시 참여해봤다. 여든을 넘겨 초등생으로 입학한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강동에서 독서실(2백석)을 운영하다 IMF 때 문 닫고 고송리로 왔다는 '뚱뚱'(학교에서 부르는 별명)과 언니 '소나무'. 강원 산골에 살다 화전민 이주정책으로 내몰려 이곳으로 왔다는 '장미'. 홍천에 살다 전쟁 때 피난(금전구뎅이, 금광에 숨어 지냄) 왔다는 '황소'. 이들은 홍석종 교사(52세, 1~2학년 담임)와 이장의 권유로 작년 입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