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7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조서에 적힌 내용이 맞을 겁니다. 그땐 기억이 생생했으니..."
"(검찰 조서엔 적혀있지만) 제 현재 기억엔 없습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박철주 전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 박 전 국장은 2016년 3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으로 일했다.
박 전 국장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된 증인이다. 2012년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승소 판례가 처음 나왔는데, 양승태 대법원은 법원 현안과 관련한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박근혜 정부 요청에 맞춰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시키려는 등의 시도를 했다는 의혹을 산다. 이 과정에서 2016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송에 의견서를 내라'고 외교부 간부들을 독촉했던 때가 있었다. 박 전 국장은 이를 지켜본 간부 중 하나다.
박 전 국장이 당시 임 전 차장의 요구를 정리한 기록엔 '2012년 판결과 관련 대법원의 새로운 논의 전개를 위해 계기가 필요하다'거나 '4년 전 내려진 판결을 바로 뒤집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외교부가 의견서를 늦어도 11월 초까지 보내주면 가급적 이를 기초로 최대한 절차를 진행하고자 한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박 전 국장은 이를 증언하면서도,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검찰 조사에서 말한 게 맞을 것"이라고 거듭 답했다. 검찰 조서에 적힌 일부 진술에 대해서도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 도중 "검찰 조사는 4년 전이고, 관련 사건은 6년 전인데 워드 바이 워드(구체적인 단어)로 기억 못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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