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사곡만은 갯벌이면서 모래도 있어 해수욕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박소현
경남 거제시 사등면 앞바다를 메워 '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두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매립 계획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에는 거제시청 앞에서 집회도 시작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궁금하신가요. 거제시청이 해양보호생물로 가득한 이 바다를 매립해서 해양플랜트를 만들기 위한 산업단지로 조성하겠다고 한 건 지난 2014년부터입니다.
당시 거제시와 민간 회사들은 특수목적법인(SPC)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를 설립해 사등면 앞바다 301만㎡를 메워 472만㎡ 규모 해양플랜트 모듈생산 특화단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사업비 규모는 1조 7340억 원입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 참여가 불투명해지면서 이후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했습니다.
해양플랜트는 관련 기술이 중요합니다. 망망대해에서 수천 미터 아래로 파이프를 내린 다음, 다시 그 바닥에서 땅속으로 수백 미터 깊이의 구멍을 뚫어 석유나 가스를 채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양플랜트는 바다를 떠다니는 선박과 달리 한 곳에 가만히 떠 있어야 하고, 수천 미터 아래에서 석유 등의 채취 작업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은 현재 해양플랜트 사업 기술 경쟁력과 관련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 거제에 필요한 것은 역시 산업단지가 아니라 기술 개발입니다. 조선 산업의 규모 자체가 예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6~2019년 조선업 불황에 베테랑 기술자들이 구조조정으로 조선산업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조선 수주 물량이 증가했지만, 배를 건조할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조선 산업에 부족한 것은 기술과 기술자이지 산업용지가 아닙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거제시민 전체, 아니 우리 국민 전체입니다. 이 좋은 땅과 바다를 산업단지라는 헛된 땅투기 욕망에 묶어두지 말고, 차라리 산업단지 계획을 전면 백지화함으로써 새로운 개발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책임지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님, 환경영향평가를 책임지시는 한화진 환경부장관님, 거제 지역의 발전을 책임지는 서일준 국회의원님(국민의힘·거제), 박완수 경남도지사 당선인님(국민의힘), 박종우 거제시장 당선인(국민의힘)님께 부탁드립니다.
오는 7월 17일이 되면, 이곳의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된 지 5년이 지납니다. 이날이 지나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하고, 산업단지 승인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합니다. 이 얼마나 막대한 국력의 낭비입니까. 사곡만 매립계획을 중단해 주십시오. 이 귀한 땅과 바다를 제대로 사용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주십시오. 어떤 미래가 올지 누구도 예상 못하는 이 극심한 기후변화의 시대에, 산업단지는 답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