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2월 고양시 백석역 인근지하에 매설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수송관이 파열돼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사진.
고양신문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김씨(33)는 지난 6월 16일 퇴원, 6월 20일부터 곧장 출근을 시작했다고 한다. 사고 후유증으로 아직 발작 증세에 시달리고 시력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당장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3년째 맨홀 점검 작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사고 전 결혼을 준비 중이었다고 했다. 김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 현재 몸 상태는.
"일단 눈이… 상이 두 개로 맺히는 증상이 있다. 처음에 사고 났을 땐 정말 심했는데 지금은 다행히 빈도가 많이 줄긴 했다. 단기기억상실증도 있다. 요일 개념이 헷갈린다. 예를 들어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 하면 잘 안 떠오른다. 또 목 주위도 심하게 아프고. 누워있거나 특정 자세를 취하면 갑자기 몸에 힘이 쭉 빠지고 정신이 안 차려진다. 퇴원하고 얼마 안 됐을 때인데, 난생 처음 자다가 발작이 나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다. 다음주에 다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 사고 당시 상황은 어땠나.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맨홀에 들어가 열수송관 시설 작업을 했고, 다 하고 나서 철수하는 도중에 사고가 난 건데… 갑자기 기억이 뚝 끊겼고 일어나 보니 병원이었다. 만약 그 기억이 생생하다면 지금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회사에 다시 출근하지 못했을 것 같다. 머리가 알아서 기억을 지운 것 같다. 아직까지도 일부러 사고 현장 사진을 안 보고 있다. 경찰에서도 한 번 보러 오라고 연락을 받았는데, 보고 나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아서…"
- 많이 놀랐겠다.
"제가 사실 결혼을 준비 중이었는데, 사고 때문에 다 연기됐다. 약혼자는 뇌출혈이 있다는 얘길 듣고 제가 죽은 줄 알았다더라. 다들 기적이라고 하는데… 제가 몸이 좀 큰 편이라 운 좋게 살은 것 같다. 하지만 누가 알아주나. 결국 출근해서 돈 벌어야 한다. '외벌이'인데 병가를 내면 임금의 70%밖에 못 받는다고 해서…"
- 그 현장이 유독 위험하다고 들었다.
"그 전에도 다른 분이 거기서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저희가 하는 일 자체가 사실 좀 위험하다. 평소에도 집중 안 하면 100% 다친다. 특히 차도 위에 맨홀이 있는 경우는 더 위험한데, 사고가 난 곳은 언덕을 지나서 내리막이 있고 도로도 커브길이라 많이 위험한 곳이었다. 그래서 거기 갈 때마다 조심하자고 얘기하긴 하는데…"
- 이 일을 얼마나 했나.
"2019년 11월부터 시작했다."
- 이전에도 사고가 난 적이 있나.
"없다. 처음이다."
- 현장에 필요한 안전관리 개선책이 뭔가.
"보통 다른 업체의 경우 이런 작업에는 4인 이상이 붙는다. 맨홀 속에 들어가서 작업하는 인원이 두 명, 신호수 한 명, 도로 위 상황과 맨홀 상황을 함께 점검하는 관리 인원이 최소 한 명은 필요하니까. 차선이 좁은 경우에는 신호수가 두 명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맨홀 안에 1명이 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위험하다. 4인 1조 작업을 위해선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안전 관리에 신경을 더 썼으면 좋겠다."
- 산재 처리는 됐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서 아직 산재 신청을 못했다. 회사에서 처음에는 산재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또 말이 달라지는 것 같더라. 지금은 사고 가해자의 자동차 보험으로 치료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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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작업 중 노동자 차에 치여... 도로점용허가 없이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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