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미래, 초실감 기술' 공동저자 우탁, 전석희, 강형엽 교수
최정미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가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플랫폼 선점 경쟁이 한창이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꿀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사들이 앞다퉈 참전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 세상이 완전히 실현되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근 메타버스 열풍을 타고 로블록스, 제페토,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모여봐요 동물의 숲 같은 게임이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은 우리가 상상하던 SF 영화 속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완전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실현하려면 기술적으로 어떠한 부분이 보완되어야 하며,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메타버스의 미래, 초실감 기술>은 메타버스의 특징과 메타버스 관련 기술의 발전과정, 그에 따른 한계와 대안을 공학자의 시선에서 들려준다. 가상현실 분야 권위자인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전석희 교수, 디지털콘텐츠학과 우탁 교수,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강형엽 교수가 메타버스를 실현해주는 과학기술의 원리를 깊이 있게 소개하는 책의 필요성을 느껴 뜻을 모았다.
전석희 교수는 가상현실 촉감 피드백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햅틱 증강현실 분야의 미국 특허권 소지자로 다수의 상을 휩쓸었다. 우탁 교수는 가상현실 콘텐츠 및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이며, 강형엽 교수는 XR 환경에서의 각종 인터렉션 기술과 가상감각 전달 기술 분야에서 촉망받는 젊은 연구자다. <메타버스의 미래, 초실감 기술>의 저자 세 분에게 메타버스를 실현시키는 초실감 기술이 무엇인지, 미래 메타버스 세상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물었다.
메타버스만이 할 수 있는 일 있다
- 책에 보면 메타버스는 원래 존재했던 개념이라고 했다, 최근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변경할 정도로 갑자기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강형엽: 몇 년 전부터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기들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은 가상현실이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해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요가 재조명되었고, 일시적으로 풀린 자금들이 몰려들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크게 확대되었다. 이로 인해 천천히 성장했어야 할 관련 산업이 급격하게 팽창하게 된 것이 급부상의 원인이라고 본다.
-메타버스로 인해 비즈니스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나?
우탁: 위드 코로나 이후에 빠르게 다시 대면 문화로 되돌아가고 있으나, 3년여의 비대면 시대를 통해, 비대면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혹은 비대면만의 장점도 확실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특히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대면 소통이나,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가상체험/실습 등은 기존의 대면 체험/실습 등에서 야기될 수 있는 안전이나 비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따라서 가상 체험/학습/실습/헬스케어, 더 나아가 가상현실 관광 등으로 대표될 수 있는 MICE까지, 대면보다 더 우수하거나, 대면 방식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메타버스 기반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메타버스의 수준은 어디까지 올라왔나?
전석희: 아직은 다중 사용자 온라인 3D 게임의 수준 정도로 구현되어 있다. 그래서 게임에만 활발하게 적용되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적용을 위한 진정한 메타버스의 확장을 위해서는 실감형 상호작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초실감 기술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
전석희: 초실감은 사람의 오감이 최대한 사실적으로 만족되어 사실과 가상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현장감(presence)이 제공되는 상태를 말한다.
우탁: 지금의 가상현실보다 더 몰입감과 현존감(presence)이 높은 차세대 실감미디어 기술이 초실감 미디어 기술이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동작인식(센싱), 햅틱, 디지털 트윈, 가상현실 기술 등이 포함된다.
메타버스의 실사용, 더욱 증가할 것
-메타버스에서 핵심적인 미래 기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강형엽: 사실 너무 많아서 모두 답할 수 없다. 일반 대중에게 설명하기 힘든 기술들도 많이 있고 해가 지날 때마다 새로운 담론이 제시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디스플레이 기술, 배터리 기술, 통신 기술, 센서 기술 등을 포함하는 기반 기술부터 시작해서 비디오 분석 기술, 상호작용 기술, 감정 표현 기술, 애니메이션 기술, 가상 공간 생성 기술 등을 포함하는 최상단의 기술까지 모두 메타버스와 관련이 있다. 이들의 한계에 따라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가지는 다양한 한계들이 나타나 있고, 어떤 기술이 그 한계를 돌파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이 출현하고 있다.
-촉각 구현이 메타버스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석희: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를 반영하고, 메타버스의 결과가 현실에 다시 반영되는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메타버스 성공의 핵심이다. 현실세계와 우리가 물리적으로 소통, 즉 상호작용하는 방법은 만지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반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위의 순환구도 자체가 반쪽짜리가 된다. 다시 말해 사실적 촉감 기반의 상호작용이 메타버스에서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다면 메타버스를 얘기할 때 회자되는 아주 많은 종류의 장밋빛 적용 사례(원격 훈련, 원격 실감 커뮤니케이션, 실감 기반 상점 등)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것이다.
-햅틱스란 어떤 기술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전석희: 지금 내가 느낄 수 없는 촉감을 컴퓨터를 이용해 가상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이 세상과 소통하고 상호작용(만지고, 잡고, 뒹굴고 등)하면서 제공되는 것이 이 촉감인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야 하는 메타버스에는 아직까지는 이것이 제공되고 있지 않다. 단순 게임, 의사소통을 넘어서서 수많은 메타버스의 장밋빛 가능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 가상 촉감의 제공, 즉 햅틱 기술의 발전이 핵심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려면 웨어러블 기기 등 과학기술의 발달이 중요할 텐데요. 미래 메타버스 세계를 전망해보신다면?
전석희: 점점 더 메타버스의 실질적인 사용이 증가할 것이다. 지금은 커뮤니케이션과 엔터테인먼트 부분의 사용처로만 이야기되지만, 여러 장밋빛 적용 사례들이 점차 실현되어 사람들의 현실-메타버스 이동이 좀 더 빈번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감형 디스플레이나 인터페이스의 사용성 문제가 분명히 크게 대두될 것이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인터페이스 장비들이 더 작고 가볍게, 포터블하게 변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언제나 시장의 요구가 있으면 기업 및 정부의 투자가 있고 기술이 발전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