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의 중인 채효정 정치학자
표소진
지난 1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 대회의실에서 대전기후정의학교의 막이 올랐다. 이를 기획한 한재각 기후정의행동 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기후정의학교를 '기후위기의 본질적 원인이 사회적 불평등에 있다는 점을 의미하게 이에 맞서 싸우기 위한 공부를 하는 시민들의 배움터'라고 설명했다.
총 3회로 예정된 강의의 첫 날은 채효정 정치학자가 '기후위기,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기후 정치 사례를 예로 들며 "기후위기는 단순히 폭염과 가뭄 등과 같은 이상기온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에코사이드(ecocide)이며 제노사이드(genocide)"라고 말했다. 전쟁이나 폭력이 협의의 대상일 수 없듯이 생산양식과 권력관계를 바꾸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어 "기후위기를 거대한 화재로 보았을 때, '누가' 또는 '무엇이' 불을 질렀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을 비롯한 탄소배출 기술 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탄소만이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강사는 "탄소 중심의 지식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탄소중립, 즉 넷제로는 진짜 제로가 아니며 상쇄의 셈법에 허점이 있다"라며 "최근 가뭄·장마 시기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평균 강수량만을 놓고 본다면 문제 삼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 중립을 이유로 탄소 흡수를 위한 나무를 심는다 할 때도 어디에 나무를 심는지에 따라 새로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탄소중립, 즉 넷제로(net zero)는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제거하는 탄소량을 같게 함으로써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지구온난화 1.5ºC 특별보고서'에서 지구온도를 인류생존 한계선인 1.5ºC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을 모든 국가가 달성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 기자 말)
또한 "전례 없는 탄소배출은 전례 없는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기후가 어떻게 정의로울 수 있겠나. 체르노빌 사고(1986) 이후에는 핵발전의 위험으로 전 세계적으로 반핵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위기는 다양한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