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앱 토스.
오마이뉴스
돈을 자유롭게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 있는 금융 앱 '토스(toss)'가 학생들 사이에서 돈을 갈취하는 새로운 도구로 악용되고 있어 상당수 학교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학교에선 학교폭력대책심의위를 넘어 경찰 수사로 비화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광역시 A중학교에서는 토스 갈취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다. 이 학교는 가해 학생들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에 넘겼고, 피해 학생 학부모는 경찰에 수사를 맡겼다.
"토스 계좌 까봐... 돈 보내"
피해를 당한 B학생 쪽이 <오마이뉴스>에 제보한 토스 갈무리 화면 등을 살펴본 결과 B학생은 가해 학생들로부터 "토스 계좌를 까보라"는 협박을 받고 올해 5~6월에만 10여 차례에 걸쳐 돈을 갈취 당했다. 모두 토스 앱을 통해 돈 주고받기가 진행됐다. 돈을 요구한 장소는 학교 매점, 찜질방, 영화관, 노래방 등이었다.
액수는 몇천 원에서 몇만 원 정도였지만 수법이 정교하고 고약했다.
가해 학생들은 대부분 B학생에게 '돈을 내놔라'라고 한 것이 아니라 '돈을 빌려 달라'고 구두로 요구하거나 메신저 앱 등을 통해 요구했다. '갈취'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돈을 빌린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뒤 B학생이 돈이 없다고 하면 '토스 앱' 화면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그 화면을 보고 돈이 있을 경우 갈취 행위가 벌어졌다.
또한 특정 모임 그룹 메신저에서는 'B학생을 돈줄로 만들겠다'는 모의를 한 정황도 확인됐다. 다음은 메신저 대화 내용이다.
"가해 추정 학생: 10명 정도 모이고 B도 초대해. (B는) 우리가 커버 쳐주면 돈줄?"
같은 지역 또 다른 중학교에서도 '토스 갈취' 사건으로 시끄러운 상태다. 올해 만에도 피해 학생이 토스를 통해 돈을 뜯긴 액수가 수십만 원대에 이른다는 것이 이 학교 한 교사의 증언이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우리 반만 해도 갈취 사건 조사를 하다보면 거의 대부분 토스로 갈취 행위가 벌어졌다"면서 "토스 갈취는 증거가 남기 때문에 그만큼 가해 학생을 잡기도 쉽지만, 이렇게 갈취행위가 벌어지는 도구를 청소년들에게 사실상 무방비로 제공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라고 우려했다.
토스 계좌 개설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토스 측은 만 14살 미만 청소년에겐 토스 가입 전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제한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쉽게 동의하고 있다. 용돈 등을 손쉽게 송금하기 위해서다.
놀이 문화처럼 번진 토스 갈취
이렇게 되다 보니 토스를 이용한 중고생들의 갈취 행위가 청소년들 사이에선 놀이문화처럼 번지고 있다는 게 교사들의 지적이다.
소셜미디어 프로필에서는 '친구비 1500원씩 토스로 보내' '애들아 친구비 100원씩 내' '3빌려주고 5에 받아갈 사람 편하게 연락해'라는 돈 요구 글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프로필에 아예 토스 계좌를 적어놓은 중·고등학생들이 부지기수다.
광주 지역의 또 다른 교사는 "토스 앱이 동의를 받아야 가입할 수 있는 만 14살 이하 학생 대상으로라도 부모에게 역시 거래 내역을 보내야 한다. 이것은 이미 여느 금융 앱에서 시행하는 정책"이라면서 "학부모들도 자녀의 토스 앱 사용 실태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토스 갈취 행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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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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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까봐" 갈취 수단 된 토스... 학폭 넘어 경찰수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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