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소재 일본 총리관저에서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면담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1938년 4월 1일 '국가총동원법'을 제정, 공포하고, 1942년 '조선인 내지 이입 알선 요강'을 제정, 실시하여 한반도 각 지역에서 관 알선을 통하여 인력을 모집하였으며, 1944년 10월경부터는 '국민징용령'에 의하여 일반 한국인에 대한 징용을 실시하였다."
위의 문장은 대법원 판결문에 나오는 것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역사적 사실과 일치한다. 역사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 일본의 조선인 강제 동원은 1939년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민간 기업 주도의 모집이 시작됐다. 모집 과정에 총독부 조직이 개입했다.
1942년부터는 조선인 내지 이입 알선 요강에 따라, 모집이 관 알선으로 바뀐다. 관 알선은 총독부가 도·군·면에 동원 인원을 할당하고, 경찰이 책임을 지고 노동자를 동원하며 일본 도항을 위한 집단 편성까지 맡았다는 점에서 모집보다 훨씬 강화된 동원 방식이다. 1944년 8월부터는 영장을 통해 동원하는 징용으로 더욱 강화됐다. 학계에서는 보통 모집, 관 알선, 징용의 세 형태를 모두 합쳐 '강제 동원'이라고 한다. 이런 세 가지 형태의 강제 동원을 통해 1939년부터 해방 전까지 대략 70만~80만 명의 조선인이 일본 등으로 연행된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고 쓰는 것은 대법원 판결의 원고들이 징용령에 따른 것도 아니라 모집 등으로 온 사람들이라는 것, 따라서 '강제성이 없다'는 것을 일부러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징용자도 징용령이라는 합법적인 수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일본 정부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렵다. 불법적인 식민 통치로 35년간 큰 고통을 받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더더구나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다.
한국 정부는 학계의 연구 성과를 수용해 역사적 사실에 맞게 용어를 수정해야 한다. 그것은 지금부터라도 '강제 징용'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강제 동원'이라는 용어를 채택하는 것이다. 징용이란 용어에 이미 강제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강제 징용'이라고 하는 것은 말의 정확성과 경제성 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법원에 상고한 피해자들은 징용령에 따라 징용된 사람들이 아니라 모집 또는 관 알선을 통해 일본 기업에 강제로 끌려간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정부, 특히 외교부는 관성대로 '강제 징용'을 되뇌지 말고 역사 사실에 맞으며 강제성을 제대로 부각할 수 있는 '강제 동원'이란 용어를 쓰는 게 맞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확한 용어를 써야 정확한 해법을 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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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위원실장과 오사카총영사를 지낸 '기자 출신 외교관' '외교관 경험의 저널리스트'로 외교 및 국제 문제 평론가, 미디어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비롯한 국제 이슈와 미디어 분야 외에도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1인 독립 저널리스트를 자임하며 온라인 공간에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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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징용'이 아니라 '강제 동원'이 올바른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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