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창신동, 대전 중앙동, 청주시 성안동 소재 여인숙 전경
충북인뉴스
경상남도 김해시의 어느 모텔. 네온사인 간판엔 저녁이 되도 불이 들어오지 않고 건물 외벽의 페인트칠은 벗겨져 낙엽처럼 떨굴 모양새다. 모텔. 그 이름에서 끈적끈적함이 연상될 법도 한데 그런 느낌은 전혀 없다.
1층 모텔 입구 우편함에는 우편물이 가득하다. 카드회사에, 공공기관에서 나온 연체 고지서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수취인의 행방이 묘연한 걸까. 아니면 굳이 뜯어 볼 마음조차 없는 것일까? 우편물은 빗방울에 누렇게 얼룩져 있고 먼지까지 내려앉아 거뭇거뭇하다.
침대가 있는 방도 있고, 온돌방도 있다. 면적은 9.9㎡. 5층 옥상에 올라가면 세탁기 하나가 있다. 20여개 되는 이 모텔의 거주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세탁기 한 대. 빨랫줄이 무질서하게 늘어져 있지만 빨래는 많지 않다. 부엌이나 취사실은 따로 없다. 층마다 한 대씩 있는 온수기가 전부다. 그래도 이곳엔 각 방마다 화장실이 있다.
이곳엔 사람이 산다. 운영자인 70대 중반의 노부부는 다달이 건물주에게 내야 하는 임대료 걱정을 하며 산다. 직장 일 때문에 몇 달 단기로 있는 사람도 있고, 5년째 이곳을 단 하루도 떠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혼인 신고 여부를 알 수 없지만 부부처럼 보이는 사람도 산다.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역 6번 출구를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전동스쿠터 한 대 지나갈 작은 골목이 나온다. 50m 대로변의 화려함을 생각하면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있을 까 생각될 정도로 시간이 부조화된 공간이다.
낡은 단층집. 수십년간 손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은 건물. 좁은 계단. 머리위엔 어지러이 얽혀있는 전깃줄이 지나간다. 형형 색색이다. 어느 집 간판은 여인숙, 어떤 집 간판은 여관이나 모텔. 심지어 호텔 간판도 있다.
방금 전까지 폐지를 줍던 어르신이 굽은 어깨를 끌 듯이 골목길로 들어선다. 한여름 무더위 탓인지 골목길 작은 평상엔 어르신들이 2~3명 모여있다. 사람들은 이곳을 쪽방촌이라 부른다. 뭐라 부르건 상관 없다. 이곳엔 사람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