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의 굴레를 끊어내고, 더욱 단단하게 연대하다"

최진성 감독, ‘추적단 불꽃’의 단 활동가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등록 2022.08.03 09:54수정 2022.08.03 09:54
0
원고료로 응원
기록자들의 단언,

"가해자는 반드시 검거된다."

 
a  넷플릭스 영화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 포스터 (사진 : 다음 영화)

넷플릭스 영화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 포스터 (사진 : 다음 영화) ⓒ 은평시민신문



지난 2019년 7월, 기자를 꿈꾸던 두 명의 대학생 '불'과 '단'(이상 활동명)은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소 '불법 촬영'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져왔던 둘은 관련 취재를 이어가던 중, 텔레그램 속 'N번방'을 발견하게 됐다. N번방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끔찍한 성착취 범죄가 자행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사이버 지옥'이 따로 없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메신저 어플로, 보안성이 뛰어나고 서버가 해외에 위치해 있어 추적이 어렵다고 한다. 디지털 성범죄에 텔레그램이 악용되는 이유다.

두 명의 대학생은 '추적단 불꽃'이라는 이름을 걸고, 대형 언론과 경찰 사이버수사대와 공조하며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추적단 불꽃'과 함께 기자들과 경찰들, 시민들의 단단한 연대와 치열한 추적 끝에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주요 가해자인 조주빈이 검거되었다. 조주빈은 현재 징역 42년형을 확정받아 복역 중에 있다.

이후, '추적단 불꽃'의 '불'은 정치로 나아갔다. 지금은 우리에게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알려진 박지현씨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정치를 택했다고 여러 번 밝혀왔다.

남은 '추적단 불꽃'의 '단'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 7월 29일 서울시 서남권NPO지원센터에서 열린 '끊어내고 연대하는 단단한 연결' 행사에서 '추적단 불꽃'의 '단'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한국다양성연구소 등의 공동 주최로 열린 '끊어내고 연대하는 단단한 연결' 행사는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넷플릭스 영화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의 최진성 감독과 '추적단 불꽃'의 '단' 활동가가 초청되어 시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영화는 N번방 사건으로 불리는 사이버 성범죄 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은 최진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추적단 불꽃'을 포함해 초창기부터 N번방 사건을 취재했던 한겨레 김완 기자, 사이버수사대 경찰 등이 출연하여 이들의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 사건 추적기를 그린다.

최진성 감독은 제작 비화를 들려주며, 작품의 핵심 메시지로 "범죄자는 반드시 잡힌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피해자가 많은 사건을 다루는 만큼, 피해자들에게 피해가 안 가는 연출이어야 했다"며 "피해 상황에 대한 묘사나 자극적인 표현은 지양하고, 가해자 서사를 배제하고 선정적이지 않고 윤리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등 여러 취재 기준을 잡고 연출하다보니 추격자 플롯이 가장 적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을 연출하기 전과 연출한 후의 생각이 바뀐 지점이 있느냐는 시민의 질문에 "사건을 공론화 했던 기자들, 추적단 불꽃, 경찰들, 트위터에서 활동했던 시민들까지 이 사건을 추적했던 사람들은 '범인을 반드시 잡겠다'는 목적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취재를 이어갔다"면서 "영화를 제작하며 돌이켜보니, 사건에서 취재한 영역도 맡은 역할도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결국 모두 연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보이지 않는 연대를 하고 있었다고 느꼈다. 우린 사실 모두가 손 잡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a  '끊어내고 연대하는 단단한 연결' 행사에서 발언하는 단 활동가의 모습 (사진 : 한국다양성연구소)

'끊어내고 연대하는 단단한 연결' 행사에서 발언하는 단 활동가의 모습 (사진 : 한국다양성연구소) ⓒ 은평시민신문



'추적단 불꽃'의 '단' 활동가 역시 N번방 추적 당시의 이야기와 그 이후의 활동에 대해 시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 느꼈던 것이 무엇이냐는 시민의 질문에 "공익제보자에 대한 안정적인 공간(주거, 사무 등)과 보호가 법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공익제보자들의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또한 "공익제보자들과 활동가들이 지금보다 더 연대하고 연결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며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N번방 범죄가 일어난 플랫폼인 텔레그램의 CEO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텔레그램에서 이러한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그를 이른바 'Shout-out(고함을 치다, 호출하다)'하는 등, 언론과 공조하여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활동을 다각적으로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 활동가는 '추적단 불꽃' 활동을 회상하며, '아웃리처(Outreacher,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하는 사람)'로서의 활동이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와 함께 연대하고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나가겠다는 포부가 담긴 단어였다.

'추적단 불꽃'의 '불'인 박지현씨는 정치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한 현실을 바꾸고자 청년정치인으로서 기성 정치와 맞서고 있다. '추적단 불꽃'의 '단'은 기록하는 일의 가치를 느끼고 저널리스트로 남아, 아웃리처로서 피해자와 연대하고 디지털 성범죄를 막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추적단 불꽃'의 추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방법은 달라졌지만, 성범죄를 끊어내기 위한 연대와 연결은 더욱 단단해졌다.

"가해자는 반드시 검거된다"는 이번 행사의 메시지처럼,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있기에 디지털 성범죄는 반드시 근절된다.
 
a  '끊어내고 연대하는 단단한 연결' 행사 포스터 (사진 : 한국다양성연구소)

'끊어내고 연대하는 단단한 연결' 행사 포스터 (사진 : 한국다양성연구소) ⓒ 은평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김연웅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은평시민신문은 은평의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풀뿌리 지역언론입니다. 시민의 알권리와 지역의 정론지라는 본연의 언론사명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로 진실을 추구하며 참다운 지방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