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자주포 사고로 순직한 병사들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우희철
당시 육군 측 설명에 따르면 K-9 자주포 포신 뒷부분에는 폐쇄기가 있는데, 이 폐쇄기가 밀폐돼야 포탄이 발사될 때 장병들이 탑승해 있는 자주포 내부로 화염과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난 자주포의 폐쇄기에서 연기가 나왔다는 것은 폐쇄기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상태에서 포탄을 발사하기 위한 장약이 연소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추정이다.
장약은 포를 발사할 때 탄을 앞으로 밀어내는 화약이다. K-9 자주포의 탄은 '6호 장약' 사용시 최대 사거리인 약 40㎞까지 나간다. 이 훈련에선 35㎞의 사거리를 낼 수 있는 '5호 장약'이 사용됐다. 해당 사고 자주포에선 화포 내 장약 3발이 흔적도 없이 연소됐다.
훈련은 훈련장이 좁아 K-9 자주포를 실제 사거리만큼 쏘지는 않고 1.2㎞ 떨어진 표적을 향해 조준 사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고가 난 K-9 자주포는 2012년 실전배치된 비교적 최신 장비로 약 120발의 사격 기록과 2300여㎞ 주행 기록을 갖고 있다.
K-자주포 사고로 순직한 고(故) 이태균 상사는 고교 졸업 후 입대, 군 생활을 하던 2011년 현역 부사관에 지원해 2012년 5월 하사로 임관, 직업군인의 길을 걸었다.
사고 소식을 들은 국민배우 이영애는 육군부사관학교 발전기금을 통해 순직 또는 부상한 장병들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 5000만원을 기탁했고, 이 상사가 남기고 간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비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웃도어웨어 전문기업 블랙야크 강태선 대표도 아들에게 대학 졸업할 때까지 학비전액을 지원하겠다는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사망자 3명은 국가유공자로 모두 순직 처리됐으며, 1계급 특진으로 추서됐다.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전신화상을 입은 이찬호 예비역 병장은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2017년 12월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는 K-9 자주포 부품의 비정상적 움직임을 사고 원인으로 발표했다. 이에 K-9 자주포 개발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와 제조사인 한화 측은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 자신들의 참여가 배제되었다며 조사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사건의 진상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